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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萬書庫

【 추억 수리 공장 】 _이시이 도모히코 / 김영사 ‘추억은 아날로그이다’ “목적지를 아는 길은 빠르다고 느끼는 법이지. 반대로 어디로 가는지 모를 때는 멀게 느껴지고, 특히 괴로울 때는 더욱 그렇단다. 그럴 땐 앞일을 생각하지 말고 그저 천천히 한걸음 한 걸음 내딛는 수밖에 없어.” 비슷한 이야기를 한 등산가가 했다. 올라가야 할 정상을 바라보면 “아, 언제 저 꼭대기에 올라가나?” 하며 걱정을 하게 되니까, 그저 발밑만 살피며 묵묵히 걸어 올라갈 뿐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지난 일은 어떤가? 지나온 길은 어떤가? 보통 추억이라고 이름붙이는 기억은 어떤가? 추억을 떠올리면 좋은 기억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좋지 않은 기억은...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다. 추억(追憶)이 아닌 추억(醜憶)이다. “고쳐 쓸 ..

【 슬픈 중국 】 : 인민민주독재 1948-1964 | 슬픈 중국 3부작 1 _송재윤 / 까치 2018년 중국의 인터넷에서는 “위안스카이” 및 그의 제호인 “홍헌(洪憲)” 등의 단어가 금칙어가 되었다. 1911년 신해혁명은 “국민에 의한, 국민의 국가”를 건설하는 공화주의 민국혁명이었다. 중국에서 진시황(秦始皇, 기원전 259~기원전 210) 이래 2,000년이 넘게 지속된 황제지배체제는 마침내 종식되었다. 이제 국가는 한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인민의 공공물이 되었다(이론적으로는 그렇다는 이야기다). 어쨌든 공화주의의 핵심은 ‘국민주권’이다. 공화주의는 모름지기 일인지배를 거부하는 반군주제를 생명으로 한다. 왜 이 시대에 위안스카이가 뜨고, 왜 중공정부는 위안스카이를 금칙어로 만들었을까? 그것은 ..

【 언택트시대 여행처방전 】 - 지금은 곁에 있는 것들을 사랑할 시간 _이화자 / 책구름 “가까운데 어디 갈만한데 없나?” 여느 때 같으면 바로 지금이 여행하기 딱 좋은 때이다. 복작대는 여름휴가 기간을 피해 추석 지나 추워지기 전에 휴가를 다녀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인간의 일상을 뒤흔들어놓은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여행 역시 그 범주에 들어간다. 여행가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린 후 뭇매를 맞은 유명인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그러니 유, 무명을 떠나서 어디를 가든 소문내지 말고 조용히 다녀오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다. 그러나 방콕도, 엑스레이도 너무 길다. 3밀(밀폐, 밀집, 밀접)만 피하고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해외로 시선을 돌리기엔 국내 사정보다 더욱 안 좋다. 마침맞게 국내..

【 다윗과 골리앗 】 - 거인을 이기는 기술 _말콤 글래드웰 / 김영사 “우리는 실제로는 도움이 안 되는 것들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사실은 우리를 더 강하고 현명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을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책 제목에 등장하는 두 인물, 다윗과 골리앗이야기를 해본다. 이 둘은 (구약)성경에 나오는 인물들이다. 영어(囹圄)의 몸인 수인(囚人)들이 교도소 내에 있는 성경책들을 보면서, ‘이스라엘 삼국지’라고 한다고 들었다. 그 삼국지의 마당이 곧 구약이다. 구약 성경 중엔 전쟁이야기도 많이 나오나, 특히 그 중에 압권은 이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다. 드라마틱하다. 다윗과 골리앗이 맞장 뜬 무대는 고대 팔레스타인 중심부의 세펠라라는 지역이다. 블레셋군의 골리앗은 키가 최소 6피트 9인치(약 2m..

【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 - 오은영의 현실 밀착 육아회화 _오은영 (지은이),차상미 (그림) / 김영사 요즘 아이들 정말 키우기 힘들다고 한다. 우선 부모의 말을 도통 들어먹지를 않는다. 그냥 씹기만 한다. 아이가 왜 그럴까 깊이 생각해볼 문제다. 부모의 권위는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참다운 권위는 아이가 부모에게 갖는 존경심과 함께 키워진다고 생각한다. 강압적인 양육이 아닌, 아이 스스로 알아서 행동하며 성장해간다면 더 이상 무엇을 바랄까. 부모와 아이와의 감정적 간극을 좁혀야 한다. 아이가 방을 잔뜩 어질러놓고 전혀 치울 생각을 않고 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폰 들여다보는 것만 봐도 속이 뒤집어지려 하는데, 거기에 방은 완전 난장판이다. 며칠 두고 보다 드디어 터졌다. 보통은 이런 말이 먼..

【 하루키는 이렇게 쓴다 】 _나카무라 구니오 / 밀리언서재 하루키의 자전적 에세이집인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다보면 하루키의 창작론과 생활론이 뒤섞여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설가란 어떤 사람인지, 소설가인 본인은 세상의 어떤 지점에 주목했는지에 관해서도 이야기하지만, 책의 많은 부분은 하루키의 날것 그대로의 삶 자체가 그대로 담겨있다. 일본 내에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하루키지만, 이 책을 읽은 비호감 일본인들이 하루키를 호감 하는 쪽으로 잠시나마 기울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이 책의 지은이 나카무라 구니오는 프리랜서 영상 디렉터로 소개된다. 2008년부터 도쿄에서 북 카페 ‘로쿠지겐(6차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로쿠지겐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들이 자주 찾는 곳으로 유명하며 노벨문학상을 ..

【 블링크 】 - 운명을 가르는 첫 2초의 비밀 _말콤 글래드웰 / 김영사 세계 정상급 테니스 코치 빅 브레이든은 얼마 전부터 테니스 경기를 볼 때마다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알아차렸다. 테니스에서는 선수가 두 번의 서브 기회 중 한 번을 성공시키면 되는 데, 두 번째 서브마저 놓칠 경우 ‘더블폴트(double-fault)’라는 말을 듣게 된다. 브레이든은 선수가 더블폴트를 당하기 직전에 자신이 어김없이 그것을 눈치 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선수가 공을 띄우고 라켓을 뒤로 당겼다가 공을 치려는 순간, 브레이든은 불쑥 내뱉는다. “아, 안 돼. 더블풀트야.” 브레이든에게만 국한된 상황이 아니다. 우리는 살아가며 순간의 선택과 판단에 놓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람에 따라서 매우 많을 수도 있고 그 반대..

【 내가 예민한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 】 _유은정 / 성안당 “가치관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가운데 이에 따른 부작용이 인간관계 내에서도 나타나는 듯하다. 매사에 진지하게 임하는 사람을 ‘진지충, 노력충, 젊은 꼰대, 노잼’으로 혐오하고 타인의 노력을 세련되지 못한 태도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진지한 사람과 노력하는 사람의 설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위의 인용한 글과 다소 다른 느낌이 들지 모르지만(가치관의 양극화로도 설명이 될 수 있겠다), 최근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인터넷 게시판 댓글에서 악플 대 선플의 비율은 4대 1로, 일본(1대 4)이나 네덜란드(1대 9) 비해 큰 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악플은 사회적 큰 숙제이다...

【 위기탈출 경영혁명 】 - 코로나 위기 제로섬에서 출발하자 _엘리 골드렛, 로버트 폭스 / 새길아카데미 코로나19가 전 세계 지구인들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기업은 어떤가? 이 상황에도 뜨는 업종이 있는가하면, 대부분의 많은 기업과 소규모상공인들이 모두 힘들어하고 있다. “경영자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머리가 아니라 문제를 앞에 두고 달아나지 않을 용기다!” 말은 맞는 말이나, 오직하면 달아나겠는가. 얼마나 힘들면 그러겠는가. 이 책에서 키워드를 뽑는다면 ‘제로베이스’ ‘재고파악’ ‘병목탈출’ ‘동시생산’ ‘새로운 시스템’ 등이 될 것이다. 이 책의 공저자인 엘리 골드렛은 경영 컨설턴트일 뿐만 아니라 기업소설가로널리 알려져 있다. 로버트 폭스는 현장전문가이다. 엘리 골드렛이 이론을 제시하고 로버트 폭스..

【 침묵과 한숨 】 - 내가 경험한 중국, 문학, 그리고 글쓰기 _옌롄커(閻連科) / 글항아리 “사람들의 머리 위에 있는 권력과 정치, 사회, 현실에 대한 관심 때문에 나는 지금 보통 사람들과 보통 마음, 보통 사건들에 대한 감수성과 장악력을 상실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소설의 ‘작음’에 대한 민감성과 추구를 상실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권력과 정치의 글쓰기 측면에서 말하자면, 나는 무겁고 크면서도 작고 가볍고, 촘촘하고 단단하면서도 성기고 약하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나의 글쓰기가 편차와 궤도 이탈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극도로 집중된 권력과 상대적으로 느슨한 하늘 아래서 나는 권력 집중의 미세먼지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느슨한 하늘 틈새로 새어나오는 한 줄기 햇빛이 미세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