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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5인의 미국 대표시인

Power Reviewer 2020. 4. 30. 21:33

 

 

【 가지 않은 길 】- 미국 대표시선 | 창비세계문학 32

_실비아 플라스, 앨런 긴즈버그 외 / 창비

 

에드거 앨런 포우, 월트 휘트먼, 에밀리 디킨스, 로버트 프로스트, T .S. 엘리엇, 에즈라 파운드, 랭스턴 휴즈, 앨런 긴즈버그, 존 애시베리의 공통점은? 미국의 대표시인으로 등재되어 있는 인물들이다. 이 책엔 미국의 시대별, 사조별로 대표시인 15인의 작품이 실려 있다. 각 시인의 전기적 사실과 문학사적 평가가 함께 잘 정리되어 있다.

애드거 앨런 포우는 궁핍, 음주, 광기 마약, 우울, 신경쇠약 등 사람에게 이중 한 가지만 있어도 힘든 나날을 보내야 할 판에, 포우는 이 모든 것들과 함께 버거운 삶을 살아갔지만 내면의 상상력은 생동감이 있었다. 포우는 시, 단편소설, 비평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왕성한 창작활동을 했다. 그의 시를 읽다보면 탐정소설을 쓴 그 포우가 맞는가 의아심이 들 때가 있다.

“....달이 비출 때면 언제나 꿈을 꿉니다/ 아름다운 애너벨 리를/ 별이 뜨면 언제나 빛나는 눈을 느낍니다/ 아름다운 애너벨 리 눈망울을---/ 그래서 온밤 내내, 나는 누워 있답니다/ 내 사랑--- 내 사랑--- 나의 생명 나의 신부 곁/ 바닷가 그곳 그녀 묘지 속--/ 소리 나는 바닷가 그녀 무덤 속에.” _에드거 앨런 포우 「애너벨 리」마지막 연.

포우는 27살 때 13살의 사촌 누이동생 버지니아와 결혼했다. 버지니아가 24살에 폐병으로 죽은 후 포우는 심한 우울증에 걸린다. 그리고 2년 뒤인 1849년 이 시를 쓰고 난 후 사망했다. 시 「애너벨 리」엔 포우의 상심한 마음이 그대로 그려져 있다.

“지금부터 오래오래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렇게 말하겠지/ 숲속에 두 갈래 길 나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 나는 사람들이 덜 지난 길 택하였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노라고.” _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일부.

어릴 적 이 시를 읽을 때엔 별로 가슴에 와 닿는 부분이 없었다. 그냥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만 들었을 뿐이다. 나이가 든 지금 읽어보니, 사람들이 덜 지난 길이 아닌, 더러 많이 가는 길을 택했건만 내 마음에도 스산한 바람이 분다.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걸어갔으면 어땠을까? 사실 돌이켜본들 소용없는 일이기도 하다. 물론 시인의 표현대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달라졌을 것이다 라는 부분엔 공감이 가지만, 어떤 길을 가느냐보다 어떤 길이든 어떤 마음으로 가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프로스트는 미국 모더니스트 중에서도 가장 큰 대중적 성공을 거둔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하고 소박한 언어를 통해 시에서 전통적 음악성을 살려냈다. 자녀들의 이른 죽음과 자살, 정신질환 등 고통스러운 개인사 속에서도, 죽기 2년 전 케네디 대통령 취임식에서 시를 낭송할 정도로 공적 역할에도 충실했던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창문 밖에 몸 던져 절망으로 노래하고, 지하철 창밖으로 뛰어내리고, 더러운 패세익에 떨어지고, 깜둥이한테 달려들고, 거리에서 고래고래 소리치고, 깨진 와인 잔 위 맨발로 춤추다 향수 어린 유럽 1930년대 독일 재즈 축음기판 박살내고 위스키 거덜내고 어머어마하게 부푼 절정의 자위 신음 들으며 피투성이 변기에서 헐떡대며 토하던 자들,”

_앨런 긴즈버그 「울부짖음」일부.

* 패세익 ; 긴즈버그가 성장한 뉴저지 주 패터슨 시를 관통하는 강 이름.

 

앨런 긴즈버그는 뉴저지 주 러시아 유태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비트 세대’의 대표 작가이다. 이 책에 수록된 비교적 긴 산문시 형식의 「울부짖음」은 긴즈버그가 1956년대에 발표한 시이다. 시에 언급된 단어와 이미지가 상당히 파격적이다. 고백적이면서 저항적이고 재미와 깊이를 함께 갖춘 긴즈버그의 시는 30년 이상 대중을 사로잡았다. 그는 비트 세대의 ‘월트 휘트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역사적 시간상 그리 길지 않은 미국 문학사 중 시(詩)는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노래에서 시작 되었다. 통상 미국시를 말할 때는 현재 미합중국의 공식 언어인 영어로 쓰인 텍스트를 의미한다. 특히 시에서 미국 역사의 흐름을 주도한 계몽주의, 합리주의, 실험적 모더니즘, 전통적 시형식의 시대를 거치면서 파운드나 엘리엇을 통해 시인 자신의 경험과 내면의 목소리가 담긴 시가 발표된다. 이 책에 실린 시들을 번역하고 해제를 붙인 손혜숙(성균관대 영문학과) 교수는 각 시마다 친절한 주석과 함께 책 말미에 ‘미국시의 전개와 흐름’이라는 타이틀로 미국 문학 중 시의 사조를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을 첨가했다. 수록작품 출전도 소중한 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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