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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萬書庫

『레닌의 키스』 _옌롄커 / 문학동네 ‘날이 더워졌는데 눈이 내렸다. 세월이 병들었다.’ 이상기온의 극치다. 펄펄 끓는 지독한 여름날에 눈이 내렸다. 엄청난 규모의 열설(熱雪, 여름에 내리는 눈을 의미하는 방언)이었다. 밀이 완전히 익어 온 세상이 뜨거운 향기로 넘치다가 갑자기 큰 눈에 모두 덮여버리고 말았다. 이 소설의 원제는 수활(受活, 서우훠)이다. 중국 북방 방언으로, 허난성 서부 바러우산맥 사람들이 사용하는 단어라고 설명된다. 즐거움, 향락 등의 의미로 쓰이지만 바러우 산맥에서는 특히 ‘고통 속의 즐거움’, 혹은 ‘고통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다’는 뜻으로 쓰인다. 이 수활(受活, 서우훠)이란 단어는 소설의 무대가 되는 마을이름으로 쓰인다. 수활장(受活莊, 서우훠마을)은 명 황조의 홍무(洪武)에서 ..

【 침묵과 한숨 】 - 내가 경험한 중국, 문학, 그리고 글쓰기 _옌롄커(閻連科) / 글항아리 “사람들의 머리 위에 있는 권력과 정치, 사회, 현실에 대한 관심 때문에 나는 지금 보통 사람들과 보통 마음, 보통 사건들에 대한 감수성과 장악력을 상실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소설의 ‘작음’에 대한 민감성과 추구를 상실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권력과 정치의 글쓰기 측면에서 말하자면, 나는 무겁고 크면서도 작고 가볍고, 촘촘하고 단단하면서도 성기고 약하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나의 글쓰기가 편차와 궤도 이탈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극도로 집중된 권력과 상대적으로 느슨한 하늘 아래서 나는 권력 집중의 미세먼지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느슨한 하늘 틈새로 새어나오는 한 줄기 햇빛이 미세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