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것은 좋은 일이고, 사색하는 것은 더 좋은 일이다. 지혜로운 것은 좋은 일이고, 참는 것은 더 좋은 일이다.”
바라문(婆羅門)의 아름다운 아들이자 젊은 매(鷹)라고도 부르는 싯다르타의 이야기다. 싯다르타의 아버지는 아들이 위대한 현인이자 사제로, 바라문들 중에서 우두머리로 자라나기를 소망했다. 그러나 정작 싯다르타 자신의 마음은 늘 공허했다. “자아(自我), 가장 내적인 것이자 궁극적인 것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싯다르타는 집을 떠나 구도(求道)의 길로, 고행자의 무리와 함께 할 것을 결정한다. 아버지와 스승에게 허락을 받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고집과 영적 힘을 이용해서 결국 길을 나섰다. 절친 고빈다가 동행했다.
수행을 한지 3년 정도 되었을 때, 두 사람은 한 소식을 접한다. 고타마라는 인물이 나타났는데, 그 사람은 자신의 내면에서 세상의 번뇌를 극복하고 윤회의 수레바퀴를 정지시킨 세존, 부처라는 것이다. 싯다르타와 고빈다는 이번에도 함께 길을 떠난다. 부처에게로. 부처에게 가서 설법을 들어도 싯다르타는 마음에 채워지지 않는 무엇인가를 느낀다(싯다르타는 이를 ‘틈새’라고 표현했다). 싯다르타와 부처와 이것(틈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지만 만족할만한 답을 못 얻는다. 결국 싯다르타는 고빈다를 남겨두고 다시 길을 떠난다(고빈다는 부처의 제자가 된다).
싯다르타가 홀로 떠난 여정에서 한 여인이 눈에 들어왔다. 첫 눈에 푹 빠졌다. 그녀의 이름은 카말라였다. 그 지역에서 꽤나 유명한 기생이었다. 싯다르타의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카말라와 가까워지는 것이다(이 대목이 파격적이다. 구도의 길을 떠난 고행의 승려가 여인을 품에 안기 위해 애쓴다. 나는 이 부분을 이렇게 해석했다. 싯다르타는 어느 정도 영적 세상을 넘나들며 무엇인가를 깨우쳐가는 단계지만, 육에 대해선 아무것도 몰랐다. 여자를 사귀어본적도 없다. 그러니 이젠 영의 세계는 우선멈춤하고 육과 속세에 대한 공부 좀 해보자). 싯다르타는 카말라를 스승으로 모시겠다고 한다. 카말라의 권유대로 돈도 벌고 호사스러운 생활을 하게 된다. 이젠 어제의 싯다르타가 아니다. 처음엔 비록 몸은 속세에 있을지언정, 싯다르타에게 영적 에너지가 남아 있었으나, 시간이 흐르자 그의 얼굴까지도 변할 정도로 철저한 속물이 된다. 도박으로 거액의 재산을 모두 탕진한다. 겨우 정신을 차린 그는 카말라와 마지막 밤을 보내고 다시 길을 떠난다(그날 밤 카말라의 마음 속 소원대로, 그녀의 몸에 그의 씨앗을 받아들인다).
시간이 흘러 부처가 열반에 든다. 카밀라는 천방지축 아들을 남겨두고 싯다르타의 품에서 숨을 거둔다. 절친 고빈다와 재회한다. 나이 들어 재회한 두 친구.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마스터한 싯다르타(현직 늙은 뱃사공)는 그 지역에서 부처 버금가는 명성을 얻고 있는 ‘현인’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고빈다가 싯다르타의 곁을 떠나기 전에 참고 참던 질문을 던진다. “싯다르타, 자네는 어떤 교리를 갖고 있지? 자네가 추종하는 어떤 믿음이나 지식이 있나?” 예상했던 대로 싯다르타는 그런 것은 없다고 한다. 단지 지식이 아닌 ‘지혜’를 이야기한다. 지혜는 말하고 가르칠 수 없는 것이라고 답한다. 부처의 곁에서 꼼짝 않고 수행했던 고빈다는 여전히 교리, 교단, 교주에 묶여있었다. 싯다르타의 삶의 여정을 들여다보면, 나와 우리의 모습이 보인다. 속절없이 끌려 다니는 삶. 이러지 말아야할 텐데(라는 생각만 해도 다행이지만)하면서도 끊지 못하는 정욕, 탐욕, 불의, 중독 등등.
P.S : 이 책은 민음사와 교보문고가 콜라보해서 만든 ‘큰 글자책’이다. ‘EasyPage클래식’이라는 이름을 단 시리즈 도서이다. 특징적인 것은 다른 큰 글자책들은 책값이 2~3배, 책 무게가 2배 정도 되는 것에 비해 책값도 책 무게도 부담이 없다. 큰 글자책은 고령자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자주 들여다봐서 오그라들고 피로해진 눈을 회복시켜주는 장점도 있다. 현재『싯다르타』,『이방인』, 『맥베스』,『위대한 개츠비』,『노인과 바다』가 출간되었다. (참고로 교보 외에 예스24, 알라딘 검색창에선 찾아볼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