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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연금술 속 숨은 이야기

Power Reviewer 2022. 12. 21. 22:41

 

 

 

#오늘의리뷰

 

【 인간이 만든 물질, 물질이 만든 인간 】 - 오늘의 세계를 빚어낸 발명의 연금술

_아이니사 라미레즈 / 김영사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시간을 파는(배달하는)직업이 있었다. 시간이 없는 사람에게 시간을 제공해주는?것이 아니라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 직업이다. 20세기 초에 세계는 ‘지금이 몇 시인지’ 알기 위해 애를 썼다. 정확한 몇 시 몇 분을 알기 위해서 천문 관측과 세밀한 계산이 필요했다. 영국 그리니치 왕립 천문대 관측소가 그 역할을 담당했다. 많은 업종(기차역, 은행, 신문사 외에 선술집, 주점, 호프집 등)이 시간을 알아야 했다. 개인사업자들은 (시간에 관한)법을 위반하면 면허와 생계수단을 잃을 수도 있었다. 런던의 다양한 사업자들이 천문대의 정확한 시간을 필요로 했지만 그것을 알기 위해 십여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까지 찾아갈 여유는 없었다. 1908년, 루스 벨빌이라는 여인이 회중시계로 시간을 파는 특이한 사업을 하고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그녀는 메이든헤드에 있는 자신의 작은 집에서 50킬로미터 동쪽인 런던까지 세 시간을 여행했고, 거기서 그리니치 천문대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녀가 갖고 있던 회중시계에 천문대 표준시간을 맞춘 다음 정확한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런던의 고객들을 향해 출발했다. (루스는 시간배달사업을 가업으로 이어받았다. 1892년 38세 때부터 평생 동안 100명의 고객들에게 시간을 팔았다).

 

물질(物質)은 물체를 형성하는 재료를 의미한다. 이 책의 원제는 ‘Alchemy of Us : How Humans and Matter Transformed One Another’ 이다. 직역하면 ‘우리의 연금술 : 어떻게 인간과 물질은 서로를 변화시켰는가’이다. 마치 논문제목 같다. 그러나 그리 딱딱한 내용이 아니다. 이 책의 지은이 아이니사 라미레즈는 재료 과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소개된다.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 ‘물질과 인간이 서로의 형태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토대로, 역사 속에서 물질 재료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켜주는지’를 이야기한다. 앞서 예를 든 ‘시간을 파는 직업’등 모르고 있던 이야기들을 접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의 우리말 제목 『인간이 만든 물질, 물질이 만든 인간』은 잘 지은 듯하다.

 

물질은 발견되는 것보다 만들어지는 것이 더 많다. 시계 이야기를 좀 더 해보면, 예나 지금이나 시계는 정밀한 부품이 생명이다. 초기에 제작된 시계들은 내부 스프링의 조성이 불안정해서 정확한 시간을 측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스프링에 불순물이 섞이면 쉽게 부러지는 것도 다반사였다. 벤저민 헌츠먼이라는 유능한 시계공이 오랜 작업 끝에 ‘고품질 도가니강’을 만들었다. 그 덕분에 더 훌륭한 시계가 만들어졌다. 그 뒤를 이어 과학자 워런 매리슨이 시계에 수정(쿼츠)을 사용함으로 공공 시계(문자판의 직경이 1미터 가까이 되는)를 만들게 된다. 이 시계를 미국전신전화회사 본사 쇼윈도에 설치해서 보행자들이 자신의 시계를 맞추는 계기가 된다.

 

지은이는 물질의 역사 속, 숨은 이야기를 교류, 연결, 전달, 포착, 보는 것, 공유하는 것, 발견하는 것 그리고 생각하는 것 등으로 나누어 풀어준다. 시계는 넓은 지역의 많은 사람들을 교류하게 하였고, 강철은 철도 레일을 통해 이동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 구리로 된 전신선은 빠른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하고, 사진 재료는 순간의 장면들을 포착할 수 있게 했다. 데이터가 담긴 자석은 많은 정보를 공유하게 했다. 인간이 만든 물질들이 인간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지은이가 이 책을 쓰려고 마음먹게 된 계기는 노벨상 수상자 토니 모리슨 덕분이라고 한다.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아직 쓰이지 않았다면 당신이 그것을 써야 한다.” 토니 모리슨이 한 이 말이 집필 할 때, 북엔드처럼 시작과 끝을 지탱해주었다고 한다. 앞으로 책을 써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자극이 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다른 특징은 책 뒷부분 ‘주(註)’와 별도로 ‘참고문헌’이 있는데 다른 책들은 책 이름만 잔뜩 적혀있지만, 지은이는 ‘참고문헌’을 책속의 책으로 편집했다. 31쪽의 내용들 그 자체가 충분한 읽을거리다. 과학사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도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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