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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수필 한 편

Power Reviewer 2021. 8. 2. 16:10

 

 

힐링이 필요할 때 수필 한 편

_오덕렬 / 풍백미디어

 

 

사랑방에서 밤늦도록 이야기가 끝도 갓도 없이 이어지는데 밖에서는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 대나무도 솜옷을 입어 구부정 노인 같고, 짚가리도 영락없는 신선으로 서 있었다. 하늘도 땅도 하나가 된 겨울밤은 지상천국 같았다. 늦은 밤, 흰옷의 어르신들은 집으로 돌아가려 문을 나섰다.” 옛 시골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글 토막이다. 요즘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경로당이나 노인정은 코로나 때문에 열려있는 시간보다 닫혀있는 시간이 더 많다. 예전의 사랑방은 이제 이렇게 글에서만 만날 것 같다. 문득 드는 생각은, 고령화시대에 들어섰는데, 왜 시골에 빈집이 늘어날까? 다시 생각해보니 평균수명은 늘어났으나, 건강이 따라주지 못하니 이 또한 큰 문제이다. 혼자 또는 노부부가 생활하시다가 한 분이 병이 나면, 대부분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입원하신다. 두 분 다 요양원에 계시는 경우도 허다하다.

 

교육자이자 수필가인 오덕렬 저자의 어릴 적 기억을 되살린 글들을 읽다보니, 저자는 언급도 안한 요양원이야기까지 이어졌다. 옛 어르신들이 인고(忍苦)의 시간은 많이 겪으셨더라도, 한편 사람다운 삶을 살다가셨으리라 짐작한다. 저자는 이 수필집에서 고향, 삶의 지혜, 봄 새로운 시작 그리고 수필에 대한 생각 등을 담았다.

 

산이 앞서면 바다가 뒤따르고, 바다가 앞서면 산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조브장한 길이다. 누가 앞서든지 땔나무군 지게에서 풀어진 띠꾸리 같은 산길을 돌아가야 하겠다. 바다와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사랑길에선 사랑의 밀고 당기는 자장(磁場)을 느끼게도 한다. ‘, 좋다. 이런 길이 풀숲에 숨어있네!’ 생각하며 눈을 들어 해안 길 저쪽 끝을 보자 길은 알은체를 하며 일어서는 것이었다. 그때 파도가 발밑까지 밀려왔다. 깜짝 놀라 나뭇가지를 잡았다가, 풀이라도 움켜쥐려다가, 산을 움켜잡는 바람에 코를 바위에 닿을 뻔했다.” 조브장한 길, 띠꾸리 등 옛 우리말들이 정겹다. 해안가 길과 바다가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하는 것을 사랑길이라 표현한 것도 흥미롭다.

 

저자가 에세이의 원류를 찾아 나선 작업도 의미 있다. 에세이의 원조는 몽테뉴에 의해 1580년에 탄생했다고 한다. 몽테뉴의 3107장의 책이면서 문학의 한 장르가 되었다고 한다. 원 이름은 시험하다라는 뜻을 지닌 엣세(Essais)라고 한다. 엣세는 영국에 가서 베이컨에 의해 에세이(Essay)가 된다. 찰스 램에 와서 에세이의 변화가 일어난다. 화자(話者)1인칭 에서 3인칭 로 바뀌게 된다. 평론가 알베레스는 수필은 지성을 기반으로 한 정서적, 신비적 이미지의 문학이라고 했다. 붓 가는대로 그냥 편하게 쓴 글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감이 깃든 수필도 읽고, 문학 영역 속 수필이 차지하는 위치도 확인해보는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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