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萬書庫

보편의 중국 본문

2023

보편의 중국

Power Reviewer 2023. 10. 31. 14:18

 

 

 

차이나 리터러시 - 혐중을 넘어 보편의 중국을 읽는 힘

_김유익 / 한겨레출판

 

 

 

중화 중심주의()민족 중심주의는 대부분 중국인들의 쓸데없는 허세의 모습으로 나타난다고들 이야기한다. 애국주의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어느 나라 어느 국민이나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중국인들은 특히 유난하다. 이 문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 책의 지은이 김유익은 한국과 중국 양국에 인연이 깊은 사람이다. 서울출생이지만 다국적 기업의 금융 IT기업의 컨설턴트로 일하며 서울, 홍콩, 베이징, 도쿄, 싱가포르 등 여러 대도시에서 거주했다고 한다. 각 나라와 지역의 생활상을 통해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현재는 중국인 아내와 광저우 근교 마을에 살면서 서로 다른 국적, 언어, 문화를 가진 사람과 지역을 연결해주는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소분홍(小粉紅)

 

시진핑 집권 이후 이슈가 된 분청이 있다. 분청은 분노청년(憤怒青年, 펀칭)의 약자이다. 간혹 중국어 알파벳 발음 기호인 한어병음(fen qing)에서 첫 글자만 이니셜로 해서 FQ라고도 한다. 이들은 따로 소분홍(小粉紅-샤오펀훙)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는 젊다, 분홍(粉紅)은 이들이 생겨난 웹사이트의 배경화면 색에서 따 온 것이다. 2020년 한국 언론이 중국의 애국주의와 청년 인터넷 애국자의자인 소분홍(小粉紅)’을 비판하는 기사를 실은 적이 있다.

 

지은이는 이 비판기사를 읽으면서 국가와 시민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무슨 이야기인가? 중국 정부의 애국주의 정책과 이를 이용하는 독재자 시진핑을 비판할지언정, 시민들을 싸잡아 중국이라는 추상적 기호로 비판하지 말자는 이야기다. 그러나 여기에 맹점이 있다. 과연 국가와 시민을 온전히 분리하는 것이 가능할까? 아울러 중국과 한국은 각기 다른 역사적 경로로 발전해왔다. 따라서 보편가치에 대한 관점이 서로 다를 것이다. 중국까지 가기 전에 한국사회는 어떤가? 이 좁은 땅에서 좌우의 대립이 더 극심해지고 있다.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다. 하물며 한국과 중국은 서로의 가치관이 다르니 갈등이 없을 수 없다.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물리적 부근혹은 주변과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깊이 관찰하고 이해하기 위한 방법론을 제시한다. 관찰과 사유 방법의 효과 중 하나가 자기 객관화라고 한다. 자기 객관화를 통해 자신과 상대방을 돌아보면 내가 부당한 처지에 놓인다는 느낌을 받을 때, 우선 화를 내기보다는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 원인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우리가 중국이라는 나라를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좋을지, 그리고 중국인들과 관계를 맺을 때 어떤 자세를 취하는 게 좋을지를 이야기한다.

 

한국과 중국, 서로 다른 도덕과 정의를 말하다.

 

새삼스러울 것 없는 이야기지만, 한국과 중국은 도덕과 정의에 대해 서로 다른 잣대를 갖고 있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칭찬할 만한 부분이 있고, 그렇지 못한 부분이 당연히 있다. 우리(한국)가 전적으로 옳고, 그들(중국)이 전적으로 틀린 것이 아니다. 중국에서 의식 있는 식자(識者)들은 중국 사회의 영웅주의와 기호화 문제에 대해 상당한 우려감을 표시한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는 전통 시대의 황제의 권위에 가까운 기호적 지위를 누린다. 중국의 보통사람들에게 최상위 지도자들은 무오류의 존재로 비춰져야하기 때문이다.

 

중국 사회에서 국가와 민족을 아이돌로 삼은 신세대 애국주의가 만연하는 과정이 무오류의 존재인 황제급 기호에서 탈피하기 위한 과정 중 하나가 아니겠냐는 지적에 공감이 간다. 젊은이들의 분출구란 뜻이겠다. 중국의 인류학자 샹바오는 매일 충실히 생활하며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보통 사람이 바로 영웅이라고 말을 했다. 이에 깊이 공감하는 중국 젊은이들이 얼마나 될까? 아니 한국은 어떨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는 말이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몇몇 정치가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일상과 의례, 그리고 사람들 간의 관계일 것이다. 특히 모든 사회적 문제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화권에서는 모두 유교 문화가 아직도 사회에 심층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중화권에서는 유교(儒敎)라는 종교적 분류보다는 유가(儒家)라는 사상적, 학술적 명칭이 훨씬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이것은 한국에서는 유가의 도덕이, 다른 사상과 비교해보거나 현실의 맥락에 맞게 옳고 그름을 따져봐야 하는 윤리학의 영역이 아니라 무조건적 신앙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성현의 가르침이란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는 의미일까?”

 

중국의 민족대신 지역사람을 만나자

 

지금 한국인들이 중국을 바라보는 관점은 어디에 있을까? 안으로 시선을 돌려 한국인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것은? 사람이 아닌 것은 당연하다. 국가와 국가, 민족과 민족의 대립각이 형성된다. 베이컨을 이런 상황을 전형적인 종족의 우상이라고 평했다.

 

그렇다면 중국을 어떻게 바라봐야할까? “이제 한국인들도 중국의 지역’. 그리고 그 안에 살고 있는 뼈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들을 만나야한다지은이는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제안한다. 중국 사람들과, 그리고 중국의 어떤 영역과 장기적인 관계를 맺고 싶다면 이제 무조건 베이징과 상하이로 달려가는 것은 지양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오히려 다른 지역 거점들을 찾아 이곳에 어떤 사람들이 있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살펴보는 게 더 재미있고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사람들은 중화주의의 다른 이름 즉, ‘중앙의 자의식을 덧쓰고 있지 않으므로 한국 사람들을 더 환대하고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려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인과 중국인이 만날 때나 한국인과 일본인이 만날 때, 중국인과 일본인이 만날 때, 서로 친밀한 사이가 아니라면 약간의 긴장감이 흐를 것이다. 그 기류엔 상대방이 나를 어떤 관점에 놓고 바라보고 있을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한국 쪽에서 보면 반중, 반일 정서겠지만 상대방의 관점도 만만치 않다. 그러고 보면 서로 인접해있는 한국과 중국, 일본 이 3국은 서로 그리 편치 않은 구도다. 이는 과거에 형성된 3국의 교차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깊고 넓은 사람들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비록 소수일지라도 그들의 역할을 기대한다. 반목과 질시에서 화평과 평안의 공간이 더욱 더 넓어지길 기대한다.

 

이 책 지은이의 글을 읽다보면 다분히 주관적인 견해가 많이 보이지만 중국, 중국인을 바라보는 관점을 재설정하는데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차이나리터러시

#김유익

#한겨레출판

#쎄인트의책이야기2023

 

'2023'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움일까? 채움일까?  (0) 2023.11.15
걸어야 산다  (0) 2023.11.07
위기의 신들  (1) 2023.10.17
매카시즘의 희생자  (0) 2023.10.16
신들의 계보  (0) 2023.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