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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물러설 용기 본문

2016

한 걸음 물러설 용기

Power Reviewer 2016. 12. 21. 18:06

 

 

대리사회 : 타인의 공간에서 통제되는 행동과 언어들

        _김민섭 저 | 와이즈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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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방대학 시간강사가 대리기사가 되었다. 저자는 이 사회를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이라고 표현한다. 사회구성원 모두를 자신의 욕망을 대리 수행하는 대리인간으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뜻이다. 타인의 운전석에서 저자는 무엇을 보았을까? ‘세 가지통제를 경험한다. 우선 운전에 필요하지 않은 모든 행위의 통제다. 내 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긴 차주가 다음 날 아침 맑은 정신으로 차를 몰고 나오면서 이곳저곳 맞춰놓은 포인트가 달라져 있을 때, 입에서 숫자, 동물이름이 안 나올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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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리 운전을 하면서 손님(차의 주인)에게 하는 제일 좋은(무난한) 말은 , 맞습니다. 대단하십니다.” 라는 3단 화법이다. 저자는 대리운전 기사의 일상과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 학생들과의 대화(토론)를 비교한다. 학생을 주체로 대하지 않는 토론은 강사나 교수의 일방적 현장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를 공감 능력의 결여라고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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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타인의 운전석과 다름없는 을의 공간은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 차의 주인과 대리기사와 같은 역설의 관계 역시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그 어디에서든 주체의 욕망은 쉽게도 타인을 잡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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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대리기사를 통해 표출되는 대리사회는 언제부터 이렇게 깊숙이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는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도 없는 대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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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렇다면 대리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어떤 삶을 살아야할까? 저자는 자신을 둘러싼 구조와 마주하고, 주체가 되어 사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불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한 개인이 가진 사회적 책무이자 다음 세대를 위한 성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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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내가 가장 합리적인 공간으로 믿었던 대학도 역시 우리 사회의 욕망을 최전선에서 대리하는 공간일 뿐이었다. 거기에서 나는 괴물이 되기 위한 경쟁에 내몰렸다가 밀려났다. 그 이전에 스스로 한 발 물러서는 연습을 했다면 나와 내 주변인들의 모습이 어떻게 변해 있는지 조금 더 빨리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주체로서 한 발 떼어놓을 만한 특별한 인간이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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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저자는 이 글들을 책상보다는 주로 거리에서 썼다고 고백한다. 책상에 앉아서 쓰는 한 편의 글보다 거리에서 문득 떠오른 한 줄의 문장이 더욱 가치 있었다고 한다. 대리사회는 그렇게 하루의 밤과 한 줄의 문장을 조금씩 쌓아가며 쓰였다. 대리기사를 불러 본 적이 없는 나에겐 대리기사의 존재감이 남아있지 않다.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대리기사들의 일상이 치열한 삶그 자체로 그려져 있다. 모두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지만, 당연히 그 곳에도 따뜻한 인간애가 흐른다. 웃어도 될지 어떨지 애매모호한 대목에선 종종 눈보다는 가슴으로 읽게 된다. “우리 모두는 경계에 있다. 다만 한 걸음만 물러설 용기를 가지면 된다. 대리인간으로 밀려날 것인지, 스스로 물러서고 다시 나아오는 주체가 될 것인지,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