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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책 이야기

정치투쟁이 된 문화

Power Reviewer 2024. 1. 31. 15:57

 

 

 

 

 

 

또 하나의 전쟁, 문화 전쟁

_김인희 / 청아출판사

 

 

최근 뉴스에서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가 비빔밥 발원지를 중국으로 소개해 논란인 가운데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이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서 교수는 2024118"중국 최대 포털인 바이두 백과사전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음식인 비빔밥의 발원지를 '중국'으로 소개하고 있다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몇 년 전부터 김치의 기원을 중국이라고 억지 주장을 펼치더니 이젠 비빔밥까지, 그야말로 중국의 문화공정 중심에는 '바이두'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세계인들이 좋아하는 한국의 대표 전통 음식들을 이런 식으로 왜곡한다고 중국 음식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바이두 측은 반드시 깨달아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서교수는 지금까지 바이두에 꾸준한 항의를 통해 잘못된 정보를 바꿔 왔듯이, 이번 비빔밥 발원지를 '한국'으로 바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2020년 말, 중국이 김치와 한복을 두고 중국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인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참으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입니다. 한중간 문화논쟁은 어제오늘일이 아니지만, 이전 논쟁이 과거의 문화유산이나 역사와 관련된 것이었다면 최근 일어나는 일들은 우리의 일상과 관련된 것이 주를 이루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은 19928월에 수교했고, 2022년에 한중 수교 30주년이 되었습니다. 수교 이래 원만하게 이뤄지던 양국관계가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은 2004년입니다. 2004년 중국이 동북공정을 실시해 고구려를 중국사로 편입하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국 사회는 들끓었습니다. 한국인에게는 고구려가 특별한 존재감입니다. 고구려가 한국 역사상 가장 방대한 영토를 소유한 강대한 고대 국가라는 인식과 자부심 때문입니다. 아울러 고구려는 한국의 영문명인 코리아(Korea)의 전신이기도 합니다. 즉 고구려는 한국의 정체성과도 연관된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중국이 실질적인 이득이 없어 보이는 문화를 무기로 한국과 전쟁을 벌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중국에서 문화는 어떤 의미가 있기에 무기가 될 수 있는 것일까요? 중국이 한국과의 문화 전쟁을 통해 얻으려는 것은 무엇일까요? 시진핑 정부 이후 더욱 공세적으로 바뀐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강릉 단오제

 

중국에서 혐한은 2004년 강릉 단오제를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신청한다는 소식이 중국에 알려진 이후 등장합니다. 중국 애국자들은 한국이 중국 문화를 빼앗아가는 행위라고 비난합니다. 한국을 문화도둑으로 몹니다. 동의보감, 온돌, 활자 인쇄술, 아리랑, 김장 등을 한국이 문화유산으로 신청하거나 등재하면 한국은 늘 왜 중국 문화를 빼앗아 가려 하는가?”하고 한탄하고 흥분합니다. 급기야 단오 논쟁의 여파로 중추절과 춘절을 한국에 뺏길 수 있다며 걱정합니다.

 

단오 논쟁의 단초를 중국의 지식인들과 언론이 선동했다는 사실을 주목합니다. 중국의 런민일보가 동북의 한 대학교수가 보내온 소식이라며 올린 글이 중국 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킵니다. 당시 문화부 부부장 저우화핑에게 긴급 안건이라고 도착한 것은 다름 아닌 한국이 강릉 단오제를 유네스코에 문화유산으로 신청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저우화핑은 유구한 역사를 가진 단오절은 중국의 전통 명절인데, 만약 다른 나라(한국)에서 신청에 성공한다면 우리는 얼마나 난처해지겠는가? 우리는 무슨 얼굴로 조상님을 뵐 것인가? 라고 했습니다. 중국의 열혈 애국청년들을 선동하기에 충분한 발언이지요.

 

강릉 단오제는 강릉시에서 매년 단오제 때 열리는 전통 축제입니다. 오랜 역사가 있습니다. 고려 태조 시기 강릉 출신 왕순식이 왕건을 도와 신검을 토벌하려갈 때 대관령에서 제사 지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강릉 단오제는 1967년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한국에 단오제가 있다면, 중국에는 단오절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유네스코에 신청한 것은 단오제입니다. 이를 계기로 중국의 민속학자들 사이에도 편이 갈립니다. 중국 문화부에서도 단오제와 단오절의 차이점을 중국인민들에게 설명하면서 수습하려고 했지만, 많은 중국인들(특히 소위 애국청년들)은 이를 국치로 생각하고 애국이라는 깃발아래 모여 자신들의 불만 정서를 배출했습니다. 한바탕 소란이 지나가고(완전히 지나간 것은 아니지만)20051125일 한국이 신청한 강릉 단오제가 최종적으로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에 등재됩니다. 이를 계기로 중국 학계의 자기비판이 있었다는 소식도 이어집니다. 그 후 한국에 지고 못사는 중국은 그들의 단오절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했으나 한국에 대한 분노는 가라앉지 앉았다고 합니다. 단오가 일으킨 파장 중 특기할 만한 것은 신라인이 초나라 사람이라는 학설입니다. 편협 된 역사의식을 갖고 있던 한 중국학자의 주동 하에 일어난 이 이슈는 한동안 중국내에서도 논쟁이 되었다고 합니다. 언어인류학자이자 고고학자인 이 책의 지은이 김인희 교수는 신라인이 초나라 사람이라는 소설을 쓴 학자를 향해 (지면 관계상 옮기지는 못하지만)사료를 바탕으로 조목조목 반박합니다. 통쾌합니다. 그 후 중국내 학자들 사이에서도 신라인이 초나라 사람이라는 학설은 무시됩니다.

 

시진핑 주석의 문화 자신(自信)

 

서양 민족주의가 자유와 평등, 국민 주권, 국민 참여와 같은 근대성에 기반한 공공문화를 강조한다면 동양은 민족을 역사, 문화적 공동체로 인식하고 혈통이나 문화를 중시합니다. 띠라서 한국은 혈통을 중심으로 한 단일 민족 국가임을 강조합니다. 중국이 문화를 강조하는 이유는 다민족 국가라는 특수한 상황과 관련 있습니다. 중국은 한족을 비롯한 56개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한족만을 내세운 혈통 민족주의를 강조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생각이 중국인민들의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에 문화에 예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중국에서 문화 논쟁은 단순히 문화의 옳고 그름에 관한 판단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지은이의 표현을 빌리면 중국에서 문화 운동은 단순한 문화 논쟁이 아니라 이데올로기 투쟁이며, 정치 투쟁의 성격이 강하다고 합니다. 2004년 단오 논쟁 이후 중국 정부는 자국의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여러 가지 정책을 실시합니다. 특히 적극적으로 무형문화유산을 보호하는 정책을 실시해 비물질문화라는 이름으로 많은 전통문화를 문화유산에 등재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2012년 개최한 18대 당 대회 이래 문화 건설을 강조했습니다. “중국은 문화자신을 확고히 하고, ‘사회주의 문화 강국을 건설하여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해야 한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지은이가 책 말미에 남긴 말을 옮기며 글을 마무리 합니다. “예전 태도대로 우리는 우리의 일을 담담하게 해내자. 세계인의 보편적인 가치인 자유, 평등, 평화, 인권과 같은 이념들을 담은 매력적인 문화를 생산하자. 그리고 우리 스스로 즐기고, 세계인과 공유하자. 우리는 이미 매력적인 문화를 창조할 능력이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 중요한 것은 바다와 같은 냉철함과 이지적 태도를 끝까지 잃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지은이가 바다라고 표현한 부분의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단오 논쟁에 대해 중국학자가 한 말을 인용합니다. “한쪽은 불꽃이었고, 다른 한쪽은 바닷물이었다.” 한국은 담담하게 자기 일을 하여 문화유산을 등재했고, 중국은 불꽃처럼 타올랐지만 한국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의미로 이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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