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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중심은 결국 인간 본문

2023

역사의 중심은 결국 인간

Power Reviewer 2023. 8. 31. 13:15

 

 

 

 

제국의 슬픔 - 중국 전통사회의 정치와 인성

_이중텐 / 에버리치홀딩스

 

 

조조의 죽음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 죽는다. 태어날 때 상황은 별반차이가 없으나, 죽음의 모습은 제각각이다. 한 개인의 삶은 죽음으로 종결된다. 때로 죽음의 순간은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대한 연장선일수도 있다. 조조는 관복차림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떳떳한 죽음, 장렬한 전사였을까? 조조의 마지막은 기록자에 따라 각기 그 분위기가 다르다. 사마천(司馬遷)은 황제가 관복을 입히는 특별대우를 해서 마지막으로 조조의 체면을 세워주려 했다고 기록했지만, 반고(班固)는 사마천처럼 너그럽게 묘사하지 않았다. 그는 입궐하는 것처럼 속여 사형장으로 끌고 간다는 의미의 태재행시(紿載行市)’라는 좀 더 직설적인 표현을 썼다. ‘紿속인다라는 뜻이다. 조조는 속임수에 넘어가 형장에 끌려간 것이다. 얼떨결에 끌려가서 요참(腰斬)(죄인의 허리를 베어 죽이는 형벌)에 처해졌다.

 

어사대부(중국의 지금으로 말하면 부총리와 감찰부장의 역할을 겸하는 관직)까지 지낸 조조는 초개와 같은 죽음을 맞이했다. 조조가 처형된 직접적인 원인은 삭번(削藩)’이었다. 조조는 기회만 있으면 황제 경제에게 삭번 정책을 주장했다. 그의 거듭된 주장에 설득당한 경제는 마침내 삭번을 시행하겠다는 결정을 내린다.

 

삭번(削藩)’이란 무엇인가? 간단히 말하면 번국(藩國)(제후의 나라, 藩邦)의 관할지를 삭감하는 것이다. 번국은 서한 초기 땅을 나누어 군주를 세운 일부 왕국을 일컫는다. 이들 왕국의 군주는 황제의 형제이거나 조카로 한나라 왕조의 기득권층이었다. 삭번 정책의 근본 취지는 그들의 권력을 박탈하고 중앙에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예상은 했지만 반발이 거셌다. 오나라와 초나라를 비롯해서 다른 번국들이 연합해서 오초칠국(吳楚七國)의 난()을 일으켰다. 일곱 나라가 대대적으로 반기를 들자 한나라 조정은 물론 백성들까지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때 오나라 승상(丞相)을 지냈던 원앙이 자기 딴엔 묘안이라고 제시한 것이 조조의 제거였다. 삭번을 주장하고 실행하게 한 조조를 죽이고 환수한 영토를 되돌려준다면 칼에 피를 묻히지 않고 조용히 반란을 평정할 수 있다고 황제를 설득한다. 그 당시 황제인 경제는 원앙의 제안을 듣고, ‘대를 위해서라면 과감하게 소를 희생해야한다고 판단했다. 조조가 희생양이 된 것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원앙의 주장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조조가 처형당한 후에도 칠국은 병력을 철수하지 않았다. 한나라 사신이었던 원앙은 오히려 오왕에게 불모로 잡힌다.

 

취설의 역사

 

중국 대륙 최고의 역사 고전 해설가로 소개되는 저자 이중텐(易中天)은 이 책을 쓸 때 취설(趣設)형식을 빌렸다. ‘취설이란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하되 문학적 요소로 내용을 포장하는 방법이다. 역사적 진실과 문학적 재미가 동시에 포함되어있다. 그러나 취설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우선 작가가 유머 감각과 센스를 갖춰야하며, 문학적 소양도 구비해야한다. 문학적 소양은 문학적 감각으로 바꿔 표현할 수 있다. 문학적 감각이 있는 사람은 보통 역사적인 감각도 지니고 있다. 문학과 사학 모두 결국은 인간을 다루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사건 중심의 역사서도 있지만, 결국은 인간이다. 인간이 없다면 역사도, 문학도 없었을 것이다. 저자는 역사를 인간과 결부시킨다. “인성(人性)은 시대의 흐름을 관통하며 계속 이어져왔다. 그러므로 역사를 연구하든 역사를 이야기하든 인간이 주가 되어야 하며, 민족의 문화 심리를 핵심으로 해야 한다.” 저자는 조조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송나라 신종이 황위에 오르면서 의욕적으로 단행한 첫 개혁 사업인 변법 그리고 송강, 명대를 대표하는 명간신 엄숭, 건륭제, 아편전쟁, 비전형적 부패, 좋은 제도와 나쁜 제도 등을 이야기한다.

 

아편의 전쟁과 전쟁의 아편

 

저자의 글을 통해 아편전쟁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된다. 아편전쟁은 중국인들에게 고통의 기억일 것이다. 그러나 전쟁 당시만 해도 중국인들은 그다지 아픔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시차가 있지만 마치 외상없는 교통사고환자가 괜찮다고 했다가 다음날 일어나지도 못하는 경우에 비유할 수 있겠다. 1841년 여름, 전쟁에서 패한 광주(廣州)에선 온 도시인들이 기쁨과 환희를 감추지 못하며 자축하고 있었다. 패한 자들이 승리자인양 어깨에 힘을 주고 다녔다. 기이한 일이다. 특히 당시 수석 지휘관 혁산(奕山)의 거짓말엔 황제도 속아 넘어갔다. 결국 실질적인 책임이 없는 관리들은 뭣 모르고 목소리만 높였고, 현장에서 책임을 맡은 관리들은 습관처럼 거짓말을 반복했다. 거짓말과 강경 노선은 동전의 양면이나 다름없었다. 거짓말을 하기 전에는 누구나 강경 일변도를 걸었고, 강하게 나서다가 결국 거짓말에 물들게 된다. 대부분의 거짓말은 큰소리만 쳤던 기존의 강경노선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그 거짓말에 먼저 누가 넘어지느냐 만 남는 것이다. 스토리를 읽다보니 영국과의 전쟁에 패할만 했다.

 

높은 봉록 청렴한 관리

 

최근 외신에서 싱가포르의 초대형 부패스캔들이 시선을 끌었다. 싱가포르라는 나라는 부정부패 없는 청렴한 국가로 명성이 자자했었기에 더욱 그렇다. 싱가포르의 부패행위조사국이 S 이스와란 교통부 장관과 말레이시아 출신의 부동산 재벌인 옹벵셍 호텔프로퍼티(HPL) 설립자를 체포했다. 높은 연봉으로 청렴한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방법(‘장관 연봉 10, 총리 20억 원’)이 실패한 것이다.

 

높은 연봉, 청렴한 관리는 이미 중국역사에서도 들여다보인다. 청대의 옹정제(壅正帝)시절의 이야기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담했다. 높은 봉록이 왜 청렴한 관리를 양성하는 데 일조하지 못했을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높은 봉록으로 청렴을 장려하는 제도는 일부 양심적인 관리들에게 약간의 보상을 해주고, 그들이 직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데 그쳤다. 탐욕의 본능을 감추지 못하는 관리들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저자 이중텐(易中天)은 불안정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오르고 내림을 반복했던 중국 역사 속 인물들의 사례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비단 중국의 사례로 그칠 일이 아니다. 역사를 읽는 것은 비록 그 시대를 살지 않았어도 기억의 공유를 형성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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