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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공산당의 민낯 본문

2023

중국공산당의 민낯

Power Reviewer 2023. 7. 3. 17:36

 

 

 

레드 룰렛 - 중국공산당의 부, 권력, 부패, 보복에 관한 내부자의 생생한 증언 _데즈먼드 슘 / 알파미디어

 

 

201795, 50세의 휘트니 단(중국명, 段偉紅)이 베이징 거리에서 사라졌다. 중국 사회에선 누군가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일이 일상다반사라고 알고 있다. 사라진 휘트니는 무엇을 하던 인물이었을까? 그녀가 최종적으로 하던 일은 25억 달러가 넘는 (공항복합)개발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 외에도 수십 억 달러(수조 원)의 부동산 프로젝트를 손안에 쥐고 흔드는 막강한 존재였다. 휘트니 대표와 함께 회사의 고위 간부 2명과 가정부를 겸한 보조 직원 1명도 함께 사라졌다.

 

이 소설이 내 관심을 끈 것은 실화를 토대로 한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책 띠지에 적힌 중국은 당신이 이 책을 읽지 않기를 바란다CNN의 언급도 시선을 끌었다. 여기서 중국이라 함은 당연히 중국공산당을 의미한다. 중국공산당의 민낯이 많이 그려져 있다. 아울러 이러한 소설류를 팩션(Fact+Fiction)이라 이름 붙인다. 홍색귀족들의 이름은 물론 그 주변에서 잘 나가는 기업가들의 실명이 그대로 노출된다.

 

휘트니 단은 이 책의 저자 데즈먼드 슘과 10년 넘는 세월 동안 부부로 사업파트너로 함께 했다(저자는 2002년에 휘트니와 결혼해서 아들 하나를 낳았고, 2015년 이혼할 때까지 13년간 중국에서 함께 사업을 했다). 그녀가 증발될 무렵엔 이미 이혼한 후였지만, 저자 슘이 그들 사이에 난 아들을 해외에서 양육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살고 있었다. 슘은 사방팔방으로 휘트니를 찾고자 노력했으나 (그녀에게 도움을 받은 사람들은 많았지만) 그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 아마도 이 부분이 저자로 하여금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책의 저자 데즈먼드 슘은 1968년생. 중국 상하이 태생이다. 글의 첫 부분에서 스스로 자신은 홍색(紅色)귀족이 아니라고 선포한다. 홍색귀족은 1949년 중국의 권력을 장악한 공산주의 엘리트 그룹 지도자 가문의 후손을 의미한다. 홍색귀족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 행위에서 이미 그들(홍색귀족)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드러내는 듯하다. 슘의 친가와 외가는 공산당이 권력을 장악한 후 핍박받는 쪽(친가)과 그렇지 않은 쪽(외가)로 나뉘었다. 아버지 쪽은 지주 집안이었고 해외에 친척이 있었다는 점으로 요주의 그룹이 된다. 다행히 어머니 쪽은 저자의 외할아버지가 홍콩으로 이주하면서 애국적인 화교가 되는 바람에 중국 본토에 남은 가족들이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저자는 10살이 되던 해 어머니와 함께 홍콩으로 간다. 그 후 미국 위스콘신-메디슨 대학교로 유학을 가서 재무 및 회계를 공부한다. 대학 졸업 후 미국과 중국에서 몇 군데 직장을 거치던 중, 중국에서 매우 특별한 여인을 만나게 된다. 휘트니 단이다. 슘은 성년이 된 후 거의 6년 동안 중국을 누비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그렇게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여성 기업가는 만나 본 적이 없었다고 적었다. “내가 휘트니를 처음 봤을 때, 그녀는 열 명 남짓한 사람들과 함께 회의실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었다. 그녀가 한쪽 끝에 앉았고 나는 그 반대쪽 끝에 앉았다. 그녀의 말이 아주 빨라서 도중에 끼어들 수가 없었다. 가부장적인 중국 사회에서 한 여성이 회의실을 압도하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내 경험상, 중국의 여성들은 언제나 과소평가되어 왔다. 나는 휘트니 단 회장처럼 여성이 비즈니스 전면에 나서서 주도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얼마 후 슘과 휘트니는 비즈니스 파트너로, 연인으로, 부부로 지내게 된다. 막강한 자본이 들어가는 그들의 사업은 승승장구하게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슈퍼 리치대열에 들어선다. 휘트니의 장점은 인맥이다. 꽌시(关系)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휘트니 증발 후 슘의 입장에서 답답하다못해 울분을 품게 된 것은 휘트니 덕분에 중국공산당과 정부에서 승진 된 사람들이 수십 명이나 되는데, 그녀가 곤경에 처하자 그들에게 그녀는 모르는 사람이 된 것이다. 슘의 표현을 빌리면, 그들은 그녀를 돌멩이 버리듯 버렸다고 한다.

 

하루는 휘트니가 슘에게 누군가 중요한 분을 만날 일이 있다고 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에 그분의 신분을 밝히겠다고 한다. 휘트니는 그 여인을 장이모라고 부른다. 휘트니는 장이모를 배웅한 후, 그분은 원자바오(溫家寶)의 부인 장페이리(張培莉)라고 말해준다(원자바오가 총리가 되기 직전에 있었던 일). 이 책에선 장이모가 아주 많이 등장한다. 비즈니스와 정치권력의 끈적한 관계가 보인다. 휘트니와 장이모는 비즈니스에선 찰떡궁합이다. 서로 돕는 사이에 서로의 금고가 채워진다.

 

중국에선 누가 무슨 짓을 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막강한 연줄이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한다. 부정부패, 부정축재가 잠들 날이 없다. 재물을 쌓아두는 일이 목숨을 걸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시진핑이 집권하면서 제일 먼저 들고 나온 것이 부정부패척결이다.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부정부패라 쓰고 정적제거라고 읽게 된다. 시진핑 전에도 그런 일이 많았겠지만, 시진핑 집권 후 더욱 강해진 듯하다. 슘이 중국내 공산당집권부의 변덕과 욕심에 환멸을 느끼고 휘트니에게 해외로 눈을 돌리도록(재산을 해외로 분산하도록) 권유했지만, 휘트니는 여전히 중국에서 특별한 일을 할 기회가 많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당의 상류층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더 많은 홍색 귀족들을 지원하면서 우리(휘트니와 슘)의 길을 계속 가자고 설득한다. 휘트니에겐 공산당 유력자들과의 인맥이 큰 재산이기 때문이다(앞부분에서 언급한 대로 휘트니가 위기 상황 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미래를 대비하는 두 사람의 견해 차이는 이혼을 하게 된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후반부로 갈수록 사건사고가 많이 생긴다. 결론은 홍색무죄(紅色無罪), 무색유죄(無色有罪)’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만들어낸 단어들이다. 홍색귀족들이 전세기를 타고 유럽관광길에 오르고, 여인들은 최고가의 명품들을 싹쓸이하는 쇼핑이야기도 있다(가격표를 안 보는 것이 통상이라 한다). 한 끼 식사에 일천 만원은 가볍고, 한 병에 15천만 원의 마오타이를 몇 병 마셨다는 등등의 이야기는 내겐 현실감이 없다. 이렇게 살다가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는 마음으로 바라본다.

 

20111115, 충칭의 허름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영국 사업가 닐 헤이우드의 시신이 발견된다. 헤이우드에 대한 최초 보도는 그가 술을 마신 후 급사했다는 것이었고, 그의 시신은 부검 없이 화장된다. 헤이우드는 보시라이(당시 중국 충칭시 당서기)의 두 번째 부인 구카이라이의 오랜 사업 파트너였다. 충칭의 공안국장(경찰서장) 왕리쥔(王立軍)이 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그는 보시라이의 부인 구카이라이가 사업상 갈등으로 헤이우드를 독살했다는 것을 알아낸다. 왕리쥔은 보시라이의 사무실로 직접 찾아가 그에게 이 사실을 말한다. 보시라이는 이를 협박으로 받아들이고 왕리쥔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그리고 왕리쥔을 해임하고 오히려 그를 부패혐의로 조사한다. 왕리쥔은 신변의 위협을 느끼자 미국 영사관을 찾아가 정치적 망명을 요청하는 단계까지 이른다..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이 문제가 거론된다. 그렇잖아도 보시라이가 정치적 걸림돌이었던 시진핑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관련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모조리 조사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주장한다. 상무위원회 서열 이인자인 원자바오 총리가 시진핑의 의견에 동의한다. 이때 보시라이측 인물들이 원총리에게 이를 갈게 된다. 그리고 원총리의 뒤를 캔다. 캐면 나오게 된다. 장이모가 궁지에 몰리자 휘트니에게 모든 걸 감당(이라 쓰고 뒤집어쓰라고 읽는다)하라고 한다. 그리고 얼마 후 휘트니는 사라진다.

 

이 책에서 본 내용 말고도 중국에 조금만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훤히 보이는 것들이지만, 중국공산당. 참 비열하다. 기업가들에게 돈을 벌도록 잠시 판을 깔아준 후, 어느 정도 돈이 모이면 몽땅 접수한다. 휘트니의 엄청난 재산도 국유재산라는 이름으로 공산당 윗머리들이 나눠가졌을 것이다. 휘트니가 저자에게 입버릇처럼 한 말은 관에서 내 시체를 꺼내 채찍질한다 해도 먼지 하나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였다. 아마도 그 고집 때문에 풀려나지 못한 듯하다. 아님 이미 죽었을지도. 저자는 다음 글로 책을 마무리 한다. “당이 개인의 이기적인 이익보다 집단을 우선시한다는 주장은, 중국공산당이 날조한 대표적인 거짓말이다. (.....) 현실은, 혁명가 아들딸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이 당의 진짜 목적이다. 중국 경제와 정치권력의 연결고리를 형성하는 그들이야말로 중국 공산주의 체제의 최대 수혜자들이다.” 책 제목으로 쓰인 레드룰렛은 중국의 정치와 비즈니스를 묘사한 단어이다. Roulette은 때로 All or Nothin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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