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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

Power Reviewer 2023. 3. 20. 16:08

 

 

 

빛과 영원의 시계방 | 초월 2

_김희선 / 허블

 

 

공기를 이용하여 우편물과 화물을 빠르고 확실하게 전달하는 방법이 있다면, 사람도 그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버지가 사라졌다. 아버지가 사라지기 전엔 아버지의 작업장인 시계방에서 주무신 적이 많았다. 아버지가 집에 안 오시는 것에 내심 가족들은 편안했다. 아버지가 집에 오시면 집안 공기에 긴장감이 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아버지가 한 동안 집에도 안 오시고, 시계방에도 안 계셔서 걱정이 많이 된다. 아들은 아버지가 시계방에서 사라지기 전 몰두했던 한 실험을 생각한다. 우연히 아버지의 손에 들어온 공기를 이용하여 우편물과 화물을 빠르고 확실하게 전달하는 방법이라는 소책자에 실린 내용들을 실제로 응용해서 실행하는 것을 본 기억이 난다. 겉으로 보면 시계공은 시계를 다루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론 시간을 다루는 것이다. 멈춰진 시간, 앞서가는 시간, 늦게 뒤따라오는 시간들을 표준시에 맞추기 때문이다. 사라진 시계공은 과거로 갔을까? 아니면 미래로 갔을까?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누군가에겐 과거이자 미래도 될 것이다. _공간서점

 

이 책에 실린 8편의 단편들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들이다. 실존인물들에 픽션이 가해져서 더욱 흥미롭다. 유리 가가린도 소환된다. 러시아의 우주비행사. 1961412일 보스토크 1호를 타고 1시간 29분 만에 지구의 상공을 일주해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에 성공한 그 유리 가가린. 미국이 소련에지지 않기 위해 우주비행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되었던 그. 그는 소설에서 과 관련된 이야기로 등장한다. 우주공간에서 가가린은 무슨 꿈을 꾸었을까가 주제이다. 그 과정이 작가에 의해 치밀한 작업으로 전개된다. _꿈의 귀환

 

도시생활에 지친 한 남자가 있었다, 결혼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아내와 함께 산골로 내려가게 되었다. 귀농과 귀촌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던 그는 어느 날 운명처럼 한 메일을 받는다. “메일 제목 : 무료로 들어와 살 수 있는 농가 주택을 소개합니다.” 남자는 아내를 설득하고 설득해서 도시 생활을 접고 그 벽촌의 농가로 들어간다. 마을이름도 그 유명한 월든이다(벽촌에 안 어울리는 이름이긴 하지만). 다 쓰러져가는 폐가를 수시로 수리하던 중, 뜻밖에 세 노파의 방문을 받는다. 세 노파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러나 남자는 꿈을 꾼다. ‘악몽이다. 꿈이 현실이고, 현실이 꿈인가? 잘 모르겠다. _악몽

 

 

자케 드로(1721~1790)는 실존인물이다. 프로이센 태생의 기계공학자이자 시계기술자이다. 그는 태엽으로 움직이는 자동인형 오토마토로 명성이 높았다. 그는 기계장치와 예술을 융합한 여러 작품을 선보였는데, 이는 당시의 사람들에게 엄청난 혁신이었다. 그가 고안한 뻐꾸기시계는 20세기까지 이어졌다. 자케 드로가 가깝게 우리는에서 살아났다(비록 태엽에 의한 움직임이지만).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되어서 읽기를 멈출 수 없었다.

 

그렇게 하루종일 일하면 힘들지 않아요? 그러니까 내 말은... 좀 이상한 기분이 들지 않냐는 거예요. 뭐랄까, 자기 자신이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기계나 부속품이 된 것 같은 느낌 말이에요.” P.227 가깝게 우리는

 

김희선 작가의 작품속에서 키워드를 찾는다면 시간, 우주, 꿈 등이 될 것이다. 각 작품마다 치밀하게 구성된다. 현실과 이상을 담은 하나의 건물을 보는 듯하다. 문득 내가 처한 공간에서 시공간을 뛰어넘는 그 무언가를 기대하고 바라보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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