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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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로 보는 일리아스 】 - 트로이의 노래 | 한빛비즈 교양툰 22

_동사원형(지은이) / 한빛비즈

 

 

고전 중의 고전인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는 대서사시입니다. 신화학자들은 『일리아스』를 ‘분노의 책’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나는 일리아스를 단순히 ‘분노’의 결정체라고 이름붙이기 보다는 좀 더 완화해서 ‘사랑과 전쟁’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많은 신들과 인간들이 등장합니다. 그 이름들을 익히면서 책을 읽다보면 자칫 방향 감각을 상실하기 쉽습니다.

 

원전 텍스트로 읽는 것보다 만화로 보는『일리아스』는 신들과 등장인물들의 이름과 특징을 기억하는데 용이합니다. 이 책의 작가(글과 그림)의 필명은 동사원형이라고 합니다. 특이하네요. 작가는 고교시절 학습서에 낙서를 하는데 ‘동사원형’이라는 단어가 보여 그대로 필명으로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스스로 시기를 잘못 선택해 현대에 태어나게 된 야만인(바르바로이)이라고 자기소개를 합니다. 부족한 점이 많고,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다는 뜻으로 이해합니다. 작가는 고대 서양의 문명을 동경하는데 그중 가장 좋아하는 것이 고대 로마사라고 하는군요. 〈로마의 딸〉이라는 작품으로 데뷔했다고 합니다.

 

작가가 텍스트로 많이 참고한 것은 『일리아스』(호메로스, 천병희 옮김)이고, 이 책의 감수를 맡아준 분은 『일리아스』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강대진 교수입니다. 믿고 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림 솜씨가 훌륭하네요. 책은 『일리아스』란 무엇인가를 시작으로 전쟁, 분노, 출병, 결투, 디오메데스의 활약, 헥토르 등이 등장하는 8번의 트로이 전쟁이 묘사되어있습니다. 특히 전투 장면의 묘사는 아주 리얼합니다.

 

이 책에서 압권은 그리스군의 배(Ship)들 목록입니다. 작가가 정리를 치밀하게 해놓았네요. 그리스군의 지휘관, 민족, 함선의 수, 지역 등이 도표와 지도로 상세하게 전개됩니다. 그에 비해 트로이군의 목록은 단촐합니다. 그리스의 원정군이 트로이를 포위한지 10년째 되는 기간 중 어느 49일 간에 생긴 일이지요.

 

크세이파네스나 플라톤은 ‘일리아스’에서 신들을 인간과 같이 부족함이 있는 존재로 묘사한 것에 불만을 가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나 호라티우스는 ‘일리아스’의 문학성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헬레니즘, 로마세계에서 중요한 텍스트로 이용되었다고 합니다. 베르길리우스는 호메로스의 시에 영감을 받아서 『아에네이스』를 쓰고, 단테와 밀턴에게도 영향을 줍니다. 호메로스는 괴테에도 자극을 주었다고 합니다. 괴테의 『헤르만과 도로테아』가 그 영향물입니다.

 

이 책은 19금은 아니지만, 초딩 자녀들이 보기엔 좀 버거운 듯합니다. 특히 작가가 읽고 보는 재미를 더하기 위해 간간히 비속어를 넣었군요. 예를 들면 초성어 ‘ㅅㅂ’같은 경우, 아이가 책을 보다가 “엄마 ㅅㅂ이 뭐야?” 하고 물어보면 뭐라고 답해야 할까요? “신발?” (웬 신발?).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일리아스’를 텍스트로 읽을 때를 대비해서 워밍업 삼아 볼 만한 책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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