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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할 수 없는 사람 [오베라는 남자] 본문

2015

미워할 수 없는 사람 [오베라는 남자]

Power Reviewer 2015. 5. 20. 18:47

 

 

 

 

 

 

이야기 2015-103

 

오베라는 남자프레드릭 베크만 / 다산책방(다산북스)

 

 

까칠남

 

오베는 59세다. 그는 사브를 몬다. 그는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의 사람이 있으면, 마치 그 사람은 강도고 자기 집게손가락은 경찰용 권총이라도 되는 양 겨누는 남자다.” 로 시작된다. 이 첫 문장을 보며 좀 염려가 되었다. 오베라는 이 까칠한 남자가 과연 나랑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소설을 읽던 중 맘에 안 들어서 책을 덮어버리면 어쩌지. 더러 신경을 안 쓰이게 만드는 사람도 피곤 할 때가 있는데 하물며 맘에 안 드는 말과 행동을 일삼는 사람을 굳이 만날 필요가 있을까?

 

까칠하기로 따지면 나도 만만치 않다. 며칠 전엔 모 인터넷 서점 블로그 담당자가 하도 느슨해서 한마디 세게 해주었다. ‘정 관리할 능력이 안 되면 그만두라, 내가 좀 심하긴 했다. 그 담당자에 대해선 아는 바가 전혀 없다. 처음엔 좀 바빠서 그러려니 이해했다. 그러나 계속 지켜보니 바쁜 것이 문제가 아니라, 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담당자는 엄청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그 점에선 미안하게 생각하나 순수하게 그 인터넷 서점을 아끼는 마음이 컸다고 나 스스로 합리화시킨다.

 

좀 느긋하게 살면 좋지 않아요?”

 

오베가 직장 생활 말년에 자주 들은 이야기다. 어지간히 마음에 서운했나보다. 소설 초반에 몇 차례 반복된다. 일자리 부족과 그로 인한 나이든 세대의 은퇴가 거론되면서 젊은 친구들이 오베 들으라고 하는 말이다. 한 세기의 3분의 1을 한 직장에서 보낸 사람(거의 그렇듯이)이 하루아침에 빌어먹을세대가 된 것이다.왜냐하면 이제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31세이고, 너무 꽉 끼는 바지를 입으며, 더 이상 제대로 된 커피를 마시지 않기 때문이다. 책임을 지길 원치도 않는다.” 그리고 조금 느긋하게 사는 것도 좋을 겁니다’, ‘여유를 가지세요가 인사다. 이젠 집에 가서 푹 쉬라는 말이다.

 

 

흑백과 컬러

 

당신이 없을 땐 하루 종일 집이 너무 넓어져. 자연히 그렇게 돼. 살 수가 없다니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다야.” 아내가 어딜 갔나? 어째 아이들 이야기는 하나도 안 나오지? 이 무똑뚝한 사내가 한 여인을 만나 가정을 꾸린 것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다. 오베는 아내의 친구들이 자신과 결혼한 그녀를 이해 못 한다는 걸 잘 안다. 그리고 그들을 탓하거나 비난을 못한다. 사실이니까. 오베는 흑백으로 이뤄진 남자였다. 반면 그의 사랑스런 아내 소냐는 색깔이었다. 그녀는 그가 가진 색깔의 전부였다. 오베는 유용한 물건들을 좋아했다. 소냐는 사랑스러운혹은 가정적인것들을 좋아했다. 거의 그렇게 살긴 한다. 간혹 유용사랑사이의 분별력이 없어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좀 지켜봤더니 오베의 아내 소냐는 이 세상에 없다. 소설은 오베의 현재와 아내 소냐의 회상 사이를 오간다. 누군가를 잃게 되면 정말 별난 것들이 그리워진다. 아주 사소한 것들이, 미소, 잘 때 돌아눕는 방식, 심지어는 방을 새로 칠하는 것까지도..” 누군가가 그에게 묻는다면, 그는 그녀(소냐)를 만나기 전까지 자기는 결코 살아있던 게 아니었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녀가 죽은 뒤에도. 오베의 우직하고 변함없는 사랑에 경의를 표한다. 부조화속의 조화다. 소냐가 죽기 전에 어디 레스토랑에라도 같이 가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을 다시 쳐다본다.어떻게 저 여인은 저런 남자하고?” 오베는 그 시선을 느끼면서 오히려 더 당당하다. 소냐가 오베를 만나기 전에 그녀의 인생에서 무조건적으로 사랑했던 것은 딱 세 가지였다. , 아버지, 고양이. 소냐가 오베를 만나기 시작했을 때 소냐에게 오베는 결코 뚱하지도 거북하지도 까칠하지도 않았다. 그녀에게 그는 (둘만의)첫 저녁 식사 테이블에 올라 있던 살짝 부스스한 분홍색 꽃이었다.그는 정의와 페어플레이와 근면한 노동과 옳은 것이 옳은 것이 되어야 하는 세계를 확고하게 믿는 남자였다. 훈장이나 학위나 칭찬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그래야 마땅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종류의 남자들은 이제 더 이상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 소냐는 알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 남자를 꽉 잡았다.” 소냐가 꽃으로 비유했으니 오베를 천연기념물 감으로 표현해야겠다. 결국 그는 어째서 그가 그녀의 사랑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남자인지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을 때, 어떻게 자기가 그녀의 사랑을 얻게 되었는지를 또렷이 이해하게 되었다.

 

 

원칙 대 원칙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혼자(16세 때)되어 거의 고아처럼 성장한 오베는 그의 아버지로부터 우직함이 붙는 성실성과 정직성을 물려받았다. 아버지가 죽고 난 뒤로, 그는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더욱 더 구별했다. 아울러 실천하는 사람과 말만 하는 사람들을 구별했다. 오베는 점점 더 할 일을 찾아서 나섰고, 말을 줄이고 더 실천을 했다. 오베의 삶의 철학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원칙이다. 때로 그 원칙 때문에 많지도 않은 친구나 이웃과 불편해질 때도 있지만, 그에겐 삶의 매뉴얼 같은 원칙이 있다. 오베가 맞서는 원칙이 있다. 바로 관료들의 원칙이다. 탁상공론, 실적위주의 원칙들이다. 소설에선 시의회의원, 복지담당 직원 등 관료, 공직자들이 등장한다. 오베에겐 그들의 모습이 단 하나다. ‘하얀 셔츠’. 그들과 성격이 다른 확고한원칙이 오베 안에 있다. 그리고 그들과 싸운다. 거의 전쟁이다. 한편, 오베는 현 시대에서 낀 세대이다.이 세상은 한 사람의 인생이 끝나기도 전에 그 사람이 구식이 되어버리는 곳이었다. 더 이상 누구에게도 무언가를 제대로 해낼 능력이 없다는 사실에 나라 전체가 기립 박수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범속함을 거리낌 없이 찬양해댔다.”

 

 

 

절대로 나약한 남자는 아니지만

 

오베는 눈을 감고 소냐를 생각했다. 그는 삶을 포기하고 죽는 종류의 남자가 아니었다. 그는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는 걸 원치 않았다. 하지만 이건 정말로 잘못됐다. 이 모두가, 그녀는 그와 결혼했다. 이제 그는 그의 목과 어깨 사이의 우묵한 부분에 그녀의 코끝이 닿는 걸 느끼지 못한 채 어떻게 인생을 꾸려가야 할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것뿐이었다.” 오베는 빨리 소냐 곁에 가고 싶어서 몇 차례 자살을 시도했다. 나는 당연히 실패 할 줄 알았다. 자살을 성공하면 나머지 소설분량은 어찌 메우려고. 어쨌든 사는 것도 힘들지만, 죽는 것도 쉽지 않다. 천장에 고리를 만들고 목을 걸었더니 끈이 끊어졌다. 그리곤 실패에 대해 연신 투덜대며 알츠하이머에 걸린 친구 집의 라디에이터를 고쳐주러 갔다. 달리는 열차와 충돌해서 소냐 곁으로 가고 싶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오히려 선로에 떨어진 어느 남자를 구한다. 차에 시동을 걸고 배기가스를 잔뜩 들여 마신 후 먼 길을 떠나려 했지만, 차의 배기가스도 차에서 미처 가시지 못한 채 옆집 젊은 남자를 병원에 데려가느라 바빴다. 그 뒤로도 한 번 더했다. 장총으로. 그러나 역시나 성공 못했다. 아마 소냐가 좀 천천히 오라고 하는 모양이다. 아직 더 할 일이 남았나보다.

 

 

 

문장력 강화를 위해

 

소설은 슬프게도 재밌지만 문장력 강화에도 좋은 모델이 된다. 소설가를 꿈꾸거나 문장력을 더욱 탄탄히 다져보고 싶은 이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맛깔스러우면서 깊이가 있는 표현과 작가의 섬세한 심리 묘사가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그녀는 말하는 걸 좋아했고 오베는 조용히 있는 걸 좋아했다. 돌이켜보면, 오베는 사람들이 서로 사이가 좋다고 말할 때 그들이 뜻하는 게 바로 그런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오베는 소냐가 하는 말을 꼼짝 않고 다 들어준다는 것이다. 너는 시끄럽고 나는 조용한 것 좋아하니 따로 놀자가 아니다. 이런 표현도 좋다.한때 가까울 수 있을 만큼 가까웠던 두 남자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 중 한명은 과거를 잊길 거부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 과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오베가 알츠하이머에 걸린 친구 루네를 방문했을 때. (고집불탱이 둘이 싸우고 한 동안 서로 안 만났다. 루네는 자기 아내 외에 반응을 보이는 인간은 오베 밖에 없다) 하나 더.사람들이 슬픔을 공유하지 않을 경우, 슬픔은 대신 서로를 더 멀리 밀어낼 공산이 크다.” 좋은 표현을 기억해두기 위해 포스트잇을 수십 개 붙였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렇게 하긴 처음이다.

 

 

마무리

 

더 이상 이야기하면 재미가 없다. 오베 - 멋진 사내다. 까칠하다고 피할 필요는 없다. 알고 보면 여린 사내다. 단지 미소 짓는 방법을 못 배웠을 뿐이다. ‘융통성을 어디에 써먹는 물건인지 모를 뿐이다. 그리고 오베 같은 인간은 점차 멸종 단계다. 이 소설은 인구 900만 명의 스웨덴에서 출간 즉시 70만부가 팔리며 유럽 전역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이다. 생각해봤다. 어떻게 그렇게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되었을까? 먼 그대가 아니고 바로 나와 내 이웃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오베가 고집만 세우고 까칠하게만 사는 것이 아니라 뚝뚝함 속에서 사랑과 베풂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그대가 오베 같은 사람을 만나면 그냥 한 번 웃어줬으면 좋겠다. 그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서운해 하지 말일이다. 그도 웃고 있다. 속으로, 아니면 집에 가서 혼자라도 웃을 것이다. 오베식 표현으로 마무리한다. “빌어먹을, 울리긴 왜 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