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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그때 그때 맞춰서 할 수 밖에 없는 일

Power Reviewer 2016. 12. 2. 14:47

 

 

 

부모님이 쓰러졌다

    _고바야시 유미코 글, 그림/하지혜 역 | artePOP(아르테팝)

     원서 : れた! 櫻井さんちの場合

 

1.

유난히 길었던 올 여름엔 뇌혈관질환으로 병원을 찾으신 어르신들이 많았다. 뇌혈관 질환은 기질적, 감정적 요인으로도 발병하지만, 너무 덥거나 추운 환경에서 인체의 체온 조절 기능 리듬이 깨지면서 오는 경우도 많다.

 

2.

부모님이 쓰러졌다가족이 많건 적건 간에 가족 중에 환자가 있으면 가족들의 일상도 환자 중심으로 변화가 오게 된다. 더군다나 뇌졸중은 장기적인 치료가 불가피하다. 어르신들이 가장 염려하는 질병이 뇌졸중이나 치매 질환으로 당신도 고생하고, 자녀들에게도 큰 짐을 안겨주는 것이다. 어떤 면에선 암보다 더 두려운 존재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마음대로 안 되니 문제다.

 

3.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쓰러지고 2주가 지나 겨우 침대에서 일어나실 수 있게 됐을 무렵 병원은 갑작스레 퇴원 선고를 내렸다.” 의료보험 때문이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의료보험체계가 비슷하다. 하긴 우리나라에 의료보험제도가 처음 도입되던 1980년대 초, 그 기초 작업을 일본의 의료보험제도를 거의 카피해서 시작했다.

 

4.

이 카툰의 저자인 만화가 고바야시 유미코는 이 만화를 그리던 중, 저자의 아버지가 뇌혈관장해로 쓰러져 반신마비가 되었다. 응급 병원에 입원하고 몇 주가 지나서 재활병원으로 옮긴 뒤, 몇 달 만에 퇴원하고, 그 다음에는 자택에서 재활병원으로 통원치료를 했다. 나이가 많으신 데다 허리 통증과 무릎관절염이 있는 어머니가 주로 간병을 하셨다고 한다. 그야말로 이 만화의 줄거리와 비슷한 길을 저자의 가족도 걸었던 셈이다.

 

5.

만화에 등장하는 가족은 아버지 시게키(73), 어머니 고즈에(71), 맏딸 아오이(42), 아들 케이(39), 둘째 딸 사키(37)이다. 맏딸과 아들은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있고, 둘째 딸은 미혼이다. 아버지 시게키가 병원에서 퇴원하고 재활병원으로 옮기는 부분부터 시작된다. 가족들 간에 갈등이 없을 수 없다. 치료 방향과 간병 문제, 돈 문제까지 사사건건 부딪힌다. 서로 신경이 예민해진다.

 

6.

뇌졸중 환자가 혼자 걸을 수만 있다면, 혼자서 화장실 갈 정도만 되면 원이 없겠다는 말들을 한다. 그러나 누군가 곁에서 지켜보고 넘어지는 것을 붙들어줄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한다. 드물게 완전 회복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길게 간다. 환자분의 연세가 많을수록, 다른 내과 질환이 겹쳐 있을수록 더 힘들다. “애쓰는 자신의 반쪽과 방해하는 반쪽이 공존하는 것반신마비환자를 매우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요즘은 의학이 발달한 덕에 환자도 좀처럼 세상을 못 떠나니 큰일 아닌가요?” 카툰 중 뇌졸중 환자들의 보호자들이 나누는 대화다. 매정하고 서글픈 이야기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7.

아버지 시게키는 마비된 반쪽이 회복되기도 전에 치매까지 왔다. 뇌졸중 환자는 아무래도 뇌신경 손상 때문에 인지기능에까지 영향을 주게 된다.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처럼 답답해엎친 데 덮친격으로 엄마마저 쓰러지셨다. 정밀검사 결과 뇌종양이 발견된다. 형제들끼리 모여도 때로 서로 말을 극도로 아낀다. 모두 예민해져있고, 말 한마디 잘못 했다간 모두 뒤집어 쓸지도 모르니까 그렇다.

 

8.

현재 가족 중에 뇌졸중 환자가 있거나, 장기적인 치료를 요하는 질병을 앓고 계신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경우에 충분히 참고가 될 만한 책이다. “...고민 중인 가족에겐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다투는 가족에겐 다툴 시간이 필요하죠. 그저 시간이 흐르는 것만으로 상황과 조건은 점점 바뀌어요. 부모님의 기분이나 상태, 간병하는 가족의 기분도 변하고요, 결국 그때 그때 맞춰서 하게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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