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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이런 사람

Power Reviewer 2023. 5. 2. 15:38

 

 

 

#오늘의리뷰

 

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 _암실문고

_브라이언 무어 / 을유문화사

 

 

시내로 들어서자 매든 씨의 분노는 끓다 식은 물처럼 사라졌다. 대신 할 일이 없다는 무기력함 때문에 우울해졌다. 그는 혼자 시내를 거닐며 뉴욕을 떠올렸다. 아침 1030분이면 뉴욕은 이미 수백만 달러를 벌고, 명성을 쌓고, 온갖 건물과 온갖 상품, 온갖 쇼와 온갖 코미디를 가지고 사업을 벌이며 흥청거릴 터였다. 매든 씨는 남자들이 돈을 버는 이 따분한 도시를 그저 걸었고, 그동안 청소부들은 홀로, 지루해하며, 느리고 꼼꼼하게 길바닥을 닦았다. 벨파스트만 쪽에서는 조선소가 내는 망치 소리가 쿵쿵거리며 들려왔지만, 거리 쪽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소설의 지역적 배경인 북아일랜드의 벨파스트 지역이 잘 묘사되어있는 부분이리라 생각되어 먼저 옮겨봤다. 아일랜드는 나라이름에서 이미 이다. 아직 못 가봤지만, 왠지 습하고 비도 많이 오고, 날씨 변동이 심할 것이라는 느낌이다. 아일랜드는 이웃 영국의 지배를 오랫동안 받아왔다. 어떤 이는 과거사에서 아일랜드와 영국과의 관계를 한국과 일본에 비유하기도 하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1950년대, 소설의 주인공은 책 제목에도 등장한 주디스 헌이다. 40대에 접어든 독신여성이다. 외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책에 묘사된 바로는 그리 매력적인 여성은 아닌 듯싶다. 멀리하고 싶은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가까이하기엔 좀 부담스러운 존재감으로 비쳐진다. 소설은 주디스 헌(이하 주디)이 새 하숙집에 도착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주디는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과 잘 융화할 수 있을까? 이미 하숙집 기존 입주자들은 각기 개성이 뚜렷하고 하숙집 주인과 그녀의 아들도 뭔가 수상하다.

 

소설은 주디의 주변 인물들과 주디의 내면세계를 씨줄과 날줄로 엮었다. 덧붙여 주디의 신앙(가톨릭)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덮어준다. 주디는 하숙생들 중 하숙집 주인여자의 오빠라는 매든(처음 인용한 부분에 나오는 인물)에게 은근히 관심이 간다. 매든은 아일랜드 태생이긴 하나, 미국으로 이민 가서 살다가 얼마 전 고향에 돌아왔다. 매든도 주디에게 관심을 갖는 것 같은 느낌에 서로 밀당을 한다. 그리고 결국 밖에서 데이트를 한다. 그러나 이야기가 겉 돈다. 두 사람의 관계에 긍정적 변화가 없다. 이는 서로에 대한 상상이 현실과 괴리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잘 안 되어간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딱한 것은 주디에게 핸디캡이 있다. 술을 너무 좋아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술꾼이 아니었다. 자주 올라오는 밭은기침 때문에 약 삼아 먹기 시작한 것이 거의 중독단계까지 왔다. 주디는 술 때문에 모든 일이 뒤죽박죽된다. 일이 더 꼬이고, 입장은 더 난처해진다.

 

작가의 고향도 소설의 배경인 북아일랜드 벨파스트라고 한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독자들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었을까? 주디스 헌이라는 인물 소개? 주변 인물들과의 갈등? 이러한 캐릭터의 인물들은 우리 주변에도 얼마든지 있다. 작가는 아마도 독자에게 이렇게 묻는 듯하다. 당신은 이런 사람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주인공 주디는 책 제목 그대로 외로운 열정(Lonely Passion)으로 시작과 끝을 이어간다. 아울러 주디스 헌에게 신앙은 무엇이었을까? 일 년에 한 번 부활절의무를 다하고 일요일 아침 미사에 참석하는 것으로 훗날 구원을 받는 일종의 보험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영혼의 진정한 위로와 안식처였을까? 마지막 장을 덮도록 답을 못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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