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萬書庫

수필도 평론이 필요해 본문

2021

수필도 평론이 필요해

Power Reviewer 2021. 8. 3. 15:31

 

 

창작수필을 평하다 _오덕렬 / 풍백미디어

 

 

 

(), 평론가(評論家)의 역할은 무엇일까? 예술작품의 주제, 표현, 기술 등의 요인을 분석한 다음 개인적 지식과 판단, 경험 등을 근거로 작품에 대한 평론을 남긴다. 같은 작품이라도 평론가에 따라 각기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다.

 

문학의 영역에서 시, 소설, 희곡 등 창작품에 대한 평론가들은 많이 있으나, 수필 분야의 평론가들은 거의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앞서 리뷰 올린 힐링이 필요할 때수필 한 편의 저자 오덕렬 수필가의 창작수필 평론집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21편의 수필을 소개하며, 각 수필마다 평()을 붙였다. 피천득, 정채봉 등 작고 문인들 외에도 현재 활동 중인 문인들의 작품이 실렸다. 특이한 점은 21편의 작품들이 각기 빛깔이 다르다는 것이다. 저자가 의도적으로 그리 선정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왠지 평론글이라고 하면 딱딱하게 느껴진다. 저자의 평은 나중에 들여다보고, 소개된 명품수필들만 골라서 읽어보는 방법도 좋겠다. 모두 좋은 작품이지만, 목성균의 소년병,선정은의 ()은 산을 넘고, 정채봉의 스무 살 어머니가 특히 좋았다.

 

소년병은 필자의 아내가 열심히 신문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산가족 상봉자 명단에 인민군으로 끌려간 자기 오라버니 이름이 들어있나 싶어서 그런다. 아내는 자기 오라버니가 이북에 살아 있으려니 하는 일루의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은 산을 넘고는 독특한 형식의 수필이다. 마침표가 없다. 한 문장 수필이다. “여러 해 이미 되었지만 그 기억 생생한 것은 땅에 닿을 듯 가라앉은 날씨 때문인 듯도 하고로 시작되는 5.18 당시 한 장면이 스케치되어있다. 쉼표, 마침표도 없는 글이지만 숨은 막히지 않는다.

 

정채봉 작가의 스무 살 어머니를 읽고 나니 가슴이 아려온다. 회사에 스무 살 신입사원이 들어온 것을 계기로 작가는 그의 어머니를 회상한다. 17에 시집와서 18에 작가를 낳고 20살에 돌아가신 어머니.

 

얼굴도 기억이 잘 안 나는 어머니. 그러나 바닷바람에 묻어오는 해송 타는 내음이 코에 들어오면 어머니의 모습이 아련히 떠오른다. 때론 해송 타는 연기와 함께 어머니의 모습이 살아났다. 정채봉 작가가 그 어머니를 생각하며 남긴 시 한편을 옮겨본다.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5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 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P.S ; 작가가 할머니한테 들은 이야기. “네 에미는 너한테서 엄마라는 말도 한 번 들어보지 못하고 죽었다.” “세 살이었다면서 내가 그렇게 말이 늦었던가요?” “아니지, 너의 삼촌들이 형수라고 부르니까 너도 덩달아서 형수라고 했어. 형수 젖, 형수 물 하고....”

 

 

 

'202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기 위해 책을 읽는다  (0) 2021.08.10
사피엔스와 바이러스  (0) 2021.08.09
수필 한 편  (0) 2021.08.02
착한 부자 되기  (0) 2021.07.30
민중의 역사  (0) 2021.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