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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이해 못한들 어떠하리 본문

2020

완전 이해 못한들 어떠하리

Power Reviewer 2020. 3. 19. 21:43

 

【 퀀텀 】- 만화로 배우는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 | 한빛비즈 교양툰

_로랑 셰페르 / 한빛비즈

 

리처드 파인만은 양자역학을 정말로 이해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내게 위로가 되는 말이다. 그러니 내가 대충 이해해도 크게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다. 이탈리아 태생의 세계적인 이론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는 이론이 이상하다고 하지 말고 그렇게 느끼게 만드는 우리의 직관을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선 시간에 대해 알아보자. 특수상대성에 따르면 시간은 현재나 미래뿐 아니라 과거도 포함된다고 한다.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다. 우주에서 매 순간은 동등하다는 뜻이다. 영국의 수학자 로저 펜로즈는 이런 말을 남겼다. “상대성에 따르면, 전혀 흐르지 않은 정역학적인 4차원 시공간만 있어야 한다. 시간은 공간과 마찬가지로 흐르지 않는다.” 보통 우리가 시간을 ‘흐른다’고 표현하는 것에 대한 반론이다. 아인슈타인은 시간을 ‘끈질기게 지속되는 환상’으로 보았다. 게다가 양자물리학 실험에선 시간이 우리의 측정 범위 바깥에 있기라도 하듯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시간은 과학자들의 논쟁거리다.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은 그 어렵다는(이공계통에 있는 사람들에겐 쉬운 주제일까?)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어떻게든 쉽게 설명해주려고 애썼다는 것이다. ‘만화로 배우는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이기에 그나마 흥미롭게(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다.

1900년 즈음 과학계는 독단에 빠져 종종걸음을 쳤다. 과학자들은 세상의 비밀을 밝혀냈다고 믿으며 고급 살롱에서 허무맹랑한 논의를 하고, 민족주의를 고취하고, 학술원들끼리 영예를 다투었다. 유명한 물리학자 윌리엄 톰슨은 세상이 적나라하게 밝혀졌다고 믿으며 이렇게 예언하기까지 했다. “더 이상 새로 발견할 것은 없다...점점 더 정밀하게 측정하는 일만 남았을 뿐이다.” 그런데 그 후 더 정밀하게 측정된 것은 무엇일까?

1905년 스위스 베른에서 한 인물이 등장한다. 26살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다. 아인슈타인이 학교 부적응자였다는 이야기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변변찮은 학생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었다. 아인슈타인은 사실 아주 똑똑하고 우수한 학생이었기 때문에 학교생활이 따분하고 지루했을 것이다. 그는 어렸을 때 유클리드 기하학 책을 한 권 받았는데, 거기에 실린 모든 문제를 풀어낼 정도였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증명하는 새로운 방법을 만들기도 했다. 아인슈타인과 동시대를 살아간 수학자 다비트 힐베르트는 이렇게 회고했다. “괴팅겐 대학가를 지나가는 그 누구든 아인슈타인보다 4차원 기하학을 더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상대성)연구를 해낸 사람은 수학자가 아니라 아인슈타인이었다.”

이 책은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과 시간의 기묘한 팽창 현상, 원자의 존재 그리고 뉴턴의 중력, 스티븐 호킹의 ‘얽힘’ 현상, 양자물리학, 빛의 파동현상, 그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 광자, 은하계 등등으로 이어진다.

‘GPS와 시공간의 휘어짐’도 흥미롭다. 지구 주위를 도는 GPS 궤도 위성은 시공간의 휘어짐을 고려한다. GPS 내비게이션 시스템에서 일반상대성이 고려되지 않는다면, 위치 오류는 하루에 약 10킬로미터씩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1970년대에 GPS위성이 설치되었을 때, 물리학자들은 이 프로젝트를 담당한 군인들에게 위성의 시계가 지상의 시계보다 더 빨리 갈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성이론이 증명된 지 이미 반세기가 지난 때였지만 군인들은 물리학자들의 말을 믿기 힘들어했다. 이를 확인하려고 두 시스템을 시험했다. 한 시스템은 시간 속도 차이를 고려해 교정했고, 다른 시스템은 교정하지 않았다.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는 장난스럽게 이렇게 물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 거 같아요?” 책에는 카툰으로 공간 곡률을 설명해준다. 공간 곡률은 GPS 위성 신호 같은 전자기 신호를 왜곡하기 때문에, 왜곡된 정보를 무시하고 GPS의 실제 경로는 우회해서 받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이 책은 참고서적과 논문을 근거로 만들어졌고, 저명한 과학자들의 검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독자 여러분이 보기에 어떤 개념이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다른 책이나 관점을 참조해서 여러분 자신만의 견해를 만들어가기를 권합니다. 그럼 즐거운 독서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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