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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동서양 문장가들의 워크숍

Power Reviewer 2016. 7. 14. 18:14

 

 

 

 

글쓰기 동서대전 】      한정주 / 김영사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이다. ‘자유에 대한 함축적인 의미가 잘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바람이 많다는 것은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얽매임이 함께 하기 때문에 자유롭지 못하다. 한편 두려움은 억압된 자유 때문에 오는 경우가 많다. 더 이상 바랄 것도 없고, 두려울 것이 없다면 자유맞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온전한 자유, 영혼마저도 자유로운 존재로서의 삶을 살다갔다. 그 과정이 그의 저서 영혼의 자서전에 잘 담겨있다. 그래서 그의 글들은 펜과 잉크가 아닌 그의 살과 피로 쓰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므로 독자여, 이 책에서 당신들은 나의 핏방울로 써 내려간 붉은 자취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 자취는 인간과 정열과 사상으로 둘러싸인 내 삶의 여정을 표현하고 있다.”

 

 

글을 쓰고 책을 엮는데도 전략이 있다. 무조건 쓴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요즘 글쓰기에 대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이 책은 글쓰기에 관한 여러 책들과 다른 면이 있다. 우선 그 범위가 넓다. 동서양의 내로라하는 문장가들에게 한 수 배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고 있다. 이 책의 지은이 한정주는 그들 문장가들의 글쓰기에 대한 핵심전략을 소개하면서, 글을 쓰기 위한 인문학적 성찰, 철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18세기를 중심으로 14세기에서 20세기에 이르는 동서양 최고 문장가 39인이 소개된다. 이덕무, 루소, 니체, 이익, 바쇼, 프란시스 베이컨, 박지원, 나쓰메 소세키, 조너선 스위프트, 볼테르, 괴테, 마르코폴로, 노신, 쇼펜하우어 등 낯익은 이름들과 다소 생소한 이용휴, 이옥, 조희룡 등 조선작가와 오경재, 장대, 서하객 등의 중국작가, 요시다 겐코, 이하라 사이카쿠 등을 새롭게 알게 되는 계기가 된다.

 

 

지은이는 작가들을 독특한 범주로 정리해놓았다. 동심, 소품, 풍자, 기괴첨신(奇詭尖新, ‘기이하고 괴이하면서 날카롭고 새롭다는 뜻), 웅혼(雄渾)등의 글쓰기와 차이와 다양성의 글쓰기, 일상의 글쓰기, 자의식의 글쓰기, 자득(自得)의 글쓰기 등이다. 앞서 소개한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자의식의 글쓰기에 해당된다. 동심(童心)의 글쓰기로 시작하면서 천하의 명문은 반드시 동심에서 나온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루소가 등장한다. 서양의 지성사와 문학사에서 어린아이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프랑스의 아날학파 역사학자인 필립 아리에스는 어린아이의 탄생이라는 역사 연구 주제를 통해 중세에는 아동기에 대한 의식이 없었다. 처음에 아이들은 어른의 모습으로, 즉 축소된 어른으로 그려질 정도로 아이들의 독자성에 대한 의식이 없었다.”고 밝혔다. 18세기에 등장한 프랑스의 대표적인 계몽사상가인 장 자크 루소에 의해 어린아이의 존재감이 부각된다. ‘어린아이의 발견이자 어린아이의 복음서라고 불리는 에밀이 바로 그 저작이다.

 

 

노신이 차이와 다양성의 글쓰기에서 등장한다. 노신처럼 다양한 평가를 받는 작가도 드물 것이다. 노신을 해석하는 눈과 길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지은이는 노신에 대한 다종다양하고 무궁무진한 해석의 가능성에 무게 중심을 둔다. ‘다양성특이성의 관점에서 노신을 재해석하고 있다. 사실 독특하다는 표현은 단지 두 개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 많은 경우를 대할 때 쓸 수 있다. 지은이는 노신의 소설, 소품(수필), 잡문, 시문, 희곡, 논설, 기사 등이 각기의 특이성으로 구분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때의 특이성은 이중적인 의미를 갖는다. 다시 말해 노신 문학의 다양성 속에서 소설은 소설의 특이성을, 잡문은 잡문의 특이성을 갖고 있지만, 당대 중국 문단의 어떤 작가의 소설과 잡문과도 다른 특이성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글쓰기 열풍은 책 쓰기 열풍으로 이어지는 요즈음, 내가 쓰는 글은, 내가 펴내고자 하는 책은 어떤 부류에 속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시간도 될 것이다. 아울러 동서양의 대문장가들, 글쓰기의 선배들은 어떤 마음의 자세로 글을 쓰고, 그 글들이 책으로 엮어져서 후세에까지도 읽혀지는가를 들여다보는 계기가 된다. 이 책을 통해 상당한 양의 책 속의 책들을 만나는 것은 덤이다. 인문학적 성찰과 독서 길라잡이로도 손색이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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