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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분쟁과 문화적 창의성의 동거 본문

2023

정치적 분쟁과 문화적 창의성의 동거

Power Reviewer 2023. 1. 17. 23:14

 

 

 

#오늘의리뷰

【 바이마르 문화 】 - 내부자가 된 외부자 | 교유서가 어제의 책 시리즈

_피터 게이 / 교유서가

 

“공화국은 패망 속에서 탄생해 혼란 속에서 존속했으며 재앙 속에서 사멸했다”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은 1918년 11월 9일 독일제국이 4년간의 전쟁 이후 붕괴하고 황제 빌헬름 2세가 네덜란드로 망명하기 위한 도피를 준비할 때 태어나, 1933년 1월 30일 파울 폰 힌덴부르크 대통령이 더 이상 권자의 높은 곳에 있지 못하고 나치당의 아돌프 히틀러를 국가의 수상으로 임명했을 때 바이마르 공화국은 살해되었다. 이 기간 동안 정치적 격변이 지속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마르 공화국은 숨 막힐 정도로 문화가 만개한 시대였다.

세계의 관심이 독일의 무용, 건축, 영화, 소설, 연극, 미술과 음악으로 쏠렸다. 단지 14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일어난 일이다. 정치적 분쟁과 문화적 창의성이 어떻게 이렇게 공존할 수 있었을까하는 의문이 생긴다. 바이마르공화국에서 외부자들은 민주주의자, 유대인, 전위예술가와 같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내부자가 되어 박물관과 오케스트라와 극장과 개인적인 학문의 중심지에서 의사결정자가 되었다고 한다(따라서 책의 부제도 ‘내부자가 된 외부자’로 되어있다).

이 책의 저자 피터 게이의 본명은 페터 요아힘 프뢸리히이다, 유대인이었지만 철저한 무신론자로서 꽤 성공을 거둔 기업가의 외아들로 1923년 6월 베를린에서 태어났다.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가정이었음에도 나치가 득세하게 되자 가세가 기울었다. 아버지의 회사가 유대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고 아들(페터 요아힘 프뢸리히)마저 베를린의 괴테 김나지움에서 쫓겨나게 되자 그 가족은 쿠바로 가는 배를 탔고, 그 뒤 미국 입국 허락을 받아 콜로라도주의 덴버에 정착했다. 이후 아들은 페터 프뢸리히라는 이름을 피터 게이(peter Gay)로 바꿨다. 주변 미국인들이 발음을 어려워했기에 ‘행복하다’, 또는 ‘즐겁다’는 의미의 독일어 이름을 영어로 바꾼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Gay'의 의미가 어떤지 모르고 있었던 것일까? 암튼 저자의 이름을 부르는데 좀 불편한 느낌이 든다.

이름은 그렇다 치고 저자는 수많은 명저를 저술한 공적을 인정받아 2004년 미국 역사학회로부터 명예로운 학술상을 받았다. 1969년부터 1993년까지 예일대학 교수로 재직했다. 이 책 『바이마르 문화』는 총 6장으로 편집되었고, 부록으로는 ‘바이마르공화국의 간략한 정치사’와 방대한 ‘참고문헌’이 붙어있다. 시대순으로 엮었으며 독자들이 각 시점마다 문화와 정치 사이를 잇는 긴밀한 관계를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이용한 자료는 저자의 반대편에 섰던 사람들조차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상당하다. 문학, 철학, 역사, 음악, 미술, 영화, 연극, 출판, 일기, 전기등이 담겨있다. 게이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던 마거릿 제이컵은 “모든 사람들이 계몽주의 시대 국가의 역사라는 경계에 갇혀 있을 때 그만이 ‘국경 너머를 보라’고 말했다”는 최종적 평결을 내리며 그의 『계몽사상』을 칭송했다.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프로이트는 1910년에 베를린에 정신분석 연구소를 세워 바이마르시기에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프로이트는 내부자가 된 외부자의 대표적 인물이다(오스트리아 출생이기 때문). 피터 게이는 프로이트에게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피터 게이가 쓴 프로이트에 대한 평전『프로이트』(Ⅰ,Ⅱ)가 국내 번역서로 출간되어있다. 『바이마르 문화』의 결론 부분이기도 한 5,6장도 프로이트와 무관하지 않다. 제목은 각기 ‘아들의 반역’과 ‘아버지의 보복’으로 되어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연상시킨다. 바이마르 문화에서 표현주의적 실험의 출현과 연관되어진 정치적 변혁을 ‘아들의 반역’으로, 이후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이 몰락되는 과정을 ‘아버지의 보복’으로 서술하고 있다. 바이마르 문화는 ‘대량학살을 저지른 범죄자’ 히틀러(독일을 대표하는 역사서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제바스티안 하프너의 표현)가 등장하자 흔적만 남기고 사라졌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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