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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인류의 조상 이야기 본문

2022

다시 쓰는 인류의 조상 이야기

Power Reviewer 2022. 10. 9. 11:59

 

 

 

【 화석맨 】 - 인류의 기원을 추적하는 고인류학자들의 끝없는 모험
_커밋 패티슨 / 김영사




“이 이야기는 우리의 조상과 동물, 환경, 그리고 현대 세계에서 우리가 인정해온 것과는 다른 생명의 계통수를 만나기 위한 먼 과거로의 긴 여정이다.”


팀 화이트라는 사람이 있다. 미국 버클리에 위치한 캘리포니아 인류학과 교수이다. 화이트는 학계에서 사교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나 화석 사냥에서는 아주 질긴 인간 채찍이라고 비유할 만한 사람이었다. 그는 화석전문가들 사이에선 극 비호감이나 화석분야에서 만큼은 거의 수도사처럼 헌신한다는 평을 받는다. 화석전문가 그룹의 한 원로는 그를 “요즘 (화석 발굴)업계 최고”라고 치켜세운다.


화이트는 지금까지 발굴된 가장 유명한 조상인 ‘루시’를 복원하는 팀에서도 활약했다. 루시는 320만 년 전에 살았던, 작은 몸집에 작은 두뇌와 유인원스러운 주둥이를 지녔던 직립보행 화석이다. 루시를 놓고 학자들의 의견이 분분했지만, 결국 화이트의 견해가 최종적으로 자리 잡는다. 화이트는 루시가 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미지의 조상 또는 호미니드(hominid)의 대명사로 불리는데 일조한다. 호미니드는 유인원으로부터 갈라져 인류에 속하는 계통을 의미하는 분류군이다.


인류학자로서 화이트는 화석에 대한 갈망이 컸다. 특히 루시 이전 시대인, 거의 알려지지 않은 400만 년 전의 화석이 큰 관심사였다. 1994년 에티오피아, 화이트가 이끄는 발굴팀이 인류의 조상화석으로 추정되는 125개 이상의 뼈를 발굴했다. 중요부위가 거의 다 포함돼 있었다. 머리뼈, 치아, 손, 발, 골반, 다리, 발 등. 화석의 주인공은 여성으로 밝혀졌다. 루시보다 100만 년 이상 된, 발견된 인류계통 화석 중 가장 오래된 것이었다. 화석의 주인공은 고대 범람원에 위치한 풀이 무성하고 얕은 저습지에 440만 년간 묻혀 있었다.


하나의 화석 발굴은 고대 기록 일부를 찾은 것과 같다. 이 화석은 발굴팀에게 무거운 의무를 지웠다. 다시 발견할 수 없는 종류의 화석이기에, 해독에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들였다. 그들은 이 화석 발굴에 만 3년을 썼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근처 다른 화석들도 발굴했다. 그 모든 화석을 복원하고 이해하기까지 15년 동안 고투했다. 이 화석은 루시처럼 혁명적이었다. 그러나 루시에 대해서 다시 쓰게 만드는 큰 사건이었다. 전 세계에서 모인 50명에 가까운 학자들이 멸종한 동물 화석 수천 개를 연구하고, 고대 환경을 재현했다. 지질학 연대를 새로 구성했다. 이 과정 중에 이론(異論)과 반목(反目)이 질투와 증오로 바뀌면서 학계가 분열되었다. 그 불길 속에 ‘아르디’가 기름통을 지고 나타난 것이다.


기자이며 작가인 이 책의 저자 커밋 패터슨은 이 책을 쓰기 위해 10년의 세월을 투자했지만, 이 책에서 펼쳐지는 여정은 인터넷이라는 게 아직 없던 시절부터 시작된다. ‘아르디’라고 이름 붙여진 이 화석은 여성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이 책의 제목을 왜 『화석맨(Fossil Men)』이라고 붙였을까? 오래 전 “화석맨”은 화석인류라는 뜻으로 인류 조상을 지칭하는 말이기도 했다. Man을 단수가 아닌 복수 Men을 쓴 것에 주목한다. “오래된 뼈를 트럭 가득 수집하고, 일부 동료들이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경멸하는, 고독한 과학 분야를 점령한 팀의 주요 연구자들을 가리킨다. (...) 이 제목이 과거의 성차별적 언어를 지지하거나 아르디 팀이나 기타 다른 팀에 공헌한 여성 과학자들을 무시하는 것으로 읽히지는 않았으면 한다. 사실 이 분야에는 더 많은 여성의 참여가 필요하다.”


이 책을 어떻게 분류해야 할까? 인터넷 서점에선 과학(기초, 교양과학) 또는 인문학(인류학, 고고학)이라고 분류되어있지만,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아프리카의 역사서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으론 르포르타주 또는 한 편의 미스터리 문학으로 이름 붙여도 좋겠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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