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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중국의 정치공작

Power Reviewer 2022. 9. 18. 10:49

 

 

 

 

『중국은 지금도 전쟁을 하고 있다』

_케리 거샤넥 / GDC미디어

 

 

최근 외신에 의하면, 미국이 대만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대만정책법안이 2022년 9월 14일(미국 현지시간)미상원 외교위원회를 통과했다고 한다. 향후 상, 하원 본회의 통과 및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절차가 남았지만, 1979년 미중 수교 후 43년간 유지해온 ‘하나의 중국’ 원칙 및 ‘전략적 모호성’을 폐기하는 법안이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편, 2022년 9월 16일 뉴스에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국제 미인대회에서 대만 출신 여성이 자국의 국기를 들고 행사장으로 입장하려다가 주최 측으로부터 저지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은 9월 14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열린 ‘세계혁신기술콩그레스’행사장에서 발생했다. 주최 측은 개막식에서 ‘미스 아시아 글로벌 인터내셔널’의 각국 대표들이 국기를 들고 입장하는 행사를 기획했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각국대표 참가자들은 입장하면서 모국어로 인사를 한 뒤 자국의 국기를 흔들었다. 하지만 대만 대표인 미스 가오만중은 입장하기 직전 주최 측으로부터 저지당했다. 주최 측은 가오만중이 입장하기 직전 “막판에 변화가 있었다”며 가오만중이 대만 국기를 들고 입장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입장이 저지된 가오만중은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이를 두고 ‘타이페이타임스’등 대만 언론은 중국이 주최 측에 압력을 행사했다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AFP통신은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대만이 자국의 일부이며, 국제 행사에서 대만을 인정하는 것에 발끈한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을 통해 이 책 『중국은 지금도 전쟁을 하고 있다』의 키워드이기도 한 ‘정치공작’을 떠올리게 된다.

 

정보 및 방첩분야의 야전 경험이 있는 미 해병대 장교 출신인 저자는 지역 안보 및 지정학 동향을 연구하는 전문가로서 중국의 정치공작이 날로 교묘해지고 악랄해지고 있다고 고발한다. 이 책을 통해 중국의 ‘정치공작’을 낱낱이 증언한다. 아울러 그 정치공작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제안한다.

 

정치공작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중국은 세계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주로 강압, 부패, 폭력적인 비밀 작전을 활용하여 통제력과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전쟁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이 전쟁에서 총을 겨누지 않고서도 승리하기를 원한다. 이 전쟁은 중국이 역사적으로 ‘야만국’이라고 불러온 주변국 및 전 세계 타국의 인구와 자원뿐만 아니라 중국의 인구, 자원에 대해서도 완전한 통제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공산당이 벌이는 전쟁인 것이다.

 

‘정치공작’이라고 번역된 원저의 핵심개념인 “political warfare”를 이 책의 옮긴이는 정치전(쟁), 정치사업, 정치공작 등 다양한 방식으로 번역될 여지가 있다고 밝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공작(政治工作)”이라고 정리한 것은 이 단어가 이미 중국의 국어사전에 등재가 되어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의 사전에는 이런 설명이 붙어있다. “정치공작(政治工作)은 정치 방면의 공작(사업)을 뜻하며, 사상공작, 조직공작, 선전공작 등을 포함한다. 아울러 ‘정치공작’은 ”모든 공작의 생명선“이라고 정의한다. 이들의 심중을 꿰뚫는 설명이다.

 

물론 중국만 정치공작을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국가는 자국의 국익 확보를 위해 전통 외교와 공공외교 같은 영향력 작전을 수행하고 타국의 정책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 예를 들어, 냉전 기간 동안 미국과 미국의 우호국 및 동맹국들은 세계의 상당 부분을 분열시킨 소련의 철의 장막을 무너뜨리고자 성공적인 정치공작 작전에 참여했다. 그러나 중국의 정치공작은 다른 나라 사례들과는 다르기도 하고, 그 차원 자체가 크게 차이가 난다. 싱가포르 외교관인 빌라하리 카우시칸에 따르면, 중국은 영향력과 정치공작을 통해 훨씬 더 많은 것을 성취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중국 정치공작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중국이 정치공작을 수행하는 법을 기술하고 있다. 아울러 비교적 많은 지면에 태국과 대만에 대한 중국의 정치공작을 이야기한다. ‘하나의 중국’을 위한 중국의 정치공작은 중국공산당의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정치공작

 

중국과 대만 관계를 연구하는 서방국가의 전문가들은 대만을 중국 정치공작의 주요 표적이라고 지목한다. 정치공작은 중화민국을 무너뜨리고 공산주의 중국과 대만을 ‘재결합하기’위한 주요 수단이라는 것이다. 대만의 민주정부체제가 중국공산당 정치권위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은 ‘일국양제(One Country, Two Systems)' 원칙에 따라 중화민국이 중국공산당에 정치적으로 종속되길 원한다. 중국은 하나뿐이고, 대만은 늘 중국의 일부였다는 것이 중국의 입장이다. 중국 선전가들은 몽골, 티베트, 신장, 팽창주의적 열망에 들어가는 기타 영토들과 마찬가지로 대만에 관해서도 위의 내러티브를 몰아붙이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최근 몇 년간 ‘중국통일’추진을 위해 대만 국민들의 ‘마음을 얻으려 했지만’, 중국의 노력은 그리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글로벌대만연구소장인 마이클 톨의 분석에 의하면 중국공산당은 마음을 얻으려는 전략을 포기하고 대신 ‘대만의 민주적 제도 부식 및 약화, 사회적 불안정 조성, 국제적 고립, 대만의 인재 흡수를 통해 경제적 타격 등의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에필로그

 

저자가 미국인인 관계로 이 책을 쓸 때, 미국 정부에게 정책 제안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고 상세히 중국 정치공작 행태를 검토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고 한다. 그럼으로써 미국이 그의 우방국과 동맹국에게 가해지는 실존적 위협에 성공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는 데는 1년여의 시간이 걸렸지만, 이 책은 저자의 35년 이상의 경험과 연구의 정점이라고 한다(태국과 대만의 국립정치대학, 육,해군 사관학교 초빙교수 등).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의외로 (상당히)많은 미국인들(정치가, 외교관, 관련 학자들)이 중국에 대해 쓸데없이 우호적이라는 점에 충격을 받았다. 심지어 저명한 중국 전문가이기도 했던 미 해군 태평양 함대 정보국장 제임스 파넬은 2013년과 2014년에 두 차례 대중 연설을 했다. 연설 내용은 남, 동중국해에서 드러나는 중국군의 팽창주의적 활동을 경고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의견은 중국군이 위협이 아니라는 오바마 정부의 입장을 반박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미 정부의 고위급 관료는 즉각 연설 내용을 비판했고 파넬은 결국 해고됐다. 그는 중국군의 위협을 파악하고, 해당 위협이 미 국가안보에 어떤 의미인지 분석하고, 진실을 말할 수 있는 도덕적 용기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는 단지 할 일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것이다.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한국의 정치가와 외교 실무자들은 어떤 마음을 갖고 중국을 마주하고 있는가? 중국몽(中國夢)속에 같이 잠들어있진 않은가? 최근 중국 국가박물관이 한, 중, 일 고대 유물 전시회에서 고구려와 발해가 제외된 한국사(史) 연표를 게재해 역사 왜곡 논란이 있었다.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공동 주최하고 고려시대 동종(銅鐘) 등 유물 수십 점을 중국 측에 제공했지만 정작 한국 역사가 ‘반쪽 표기’된 것을 한 달이 지나도록 몰랐다는 사실도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 뒤늦게 한국 국립중앙박물관 측이 항의를 하자 무시하고 있다가, 한국사 연표에서 고구려와 발해 내용을 넣는 방식으로 수정한 것이 아니라 아예 철거하기로 했다. 이는 사태의 봉합이지 해결은 아닌 것이다. 그마저도 중국 국가 의전 서열 3위인 리잔수(栗戰書)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9월 15일 방한한 가운데, 중국이 한국 내 여론 악화에 따른 상황 관리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리잔수의 대외적인 체면유지를 위해 중국이 꼬리를 내린 척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어서 매우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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