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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의학적 발견의 역사

Power Reviewer 2022. 3. 19. 21:35

 

 

세상을 구한 의학의 전설들 - 위대한 의학의 황금기를 이끈 찬란한 발견의 역사

_로날트 D. 게르슈테 / 한빛비즈

 

 

의학의 역사가 시작된 최초의 시간부터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인도, 중국 등 초기 선진 문명과 현대에 이르기까지 의사들의 오랜 꿈은 인체 내부를 직접 들여다보고 어디에 증상이 있으며 어떤 기관이 병들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었다. 인체의 구조에 대한 의학적 지식은 오랫동안 매우 초보적이거나 요즘의 지식으로 판단할 때 완전히 잘못된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이해되는 부분은 많은 문화권에서 해부학 연구, 즉 인체의 각 부위에 관한 연구를 꺼리거나 심지어 (특히 종교적으로)죄악시 해왔기 때문이다. 신체에 관한 과학적 연구의 시작은 브뤼셀 태생의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Andreas Vesalius)가 1543년에 쓴 위대한 저서《인체의 구조에 관하여》이다. 이 책은 다른 유럽의 대학 도시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다 가톨릭교회의 입김이 그리 세지 않았던 까닭에 당시 과학서적 출판의 중심지가 되었던 스위스 도시 바젤에서 출간되었다.

 

눈으로 보고도 긴가민가했을 시대에 하물며 육안으로 보이지도 않던 미생물(바이러스)의 존재는 한없이 당당했다. 요즘 전 세계는 COVID-19로 그 어느 때 보다도 손 씻기와 손소독이 습관이 되었다. ‘손 씻기의 역사’는 언제부터였을까? 19세기 중반으로 돌아 가본다. 출산열이라고도 불리는 산욕열은 고대부터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과 동행해온 인류의 숙명적인 골칫거리였다. 이 무렵 산욕열에 의한 사망은 빈부상태에 따라 차이가 컸다. 집이나 별장에서 분만하는 귀족이나 중상류층에선 100명당 한 명꼴이었다. 반면, 하찮은 부르주아나 하층민으로 분류되는 빈의 대다수 시민들은 대부분 종합병원에서 아이를 낳았다. 병원의 의료진들은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거나, 전문가 집단에서 높은 존경을 받는 이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병원에서 산욕열로 사망하는 임산부들이 무척 많았다. 왜 그랬을까? 요즘의 생각으로는 기가 막힐 일이 무심한 일상으로 반복되었는데, 그것은 그 병원에 시설되었던 부검실에서 시체를 해부한 의사와 의대생들이 그 손 그대로 산부인과 병동으로 가서 출산을 돕거나 막 출산한 산모들의 복부를 검진했다는 사실이다. “임신부와 산모에게 도움과 구원이 되어야 할 의료진이 알고 보니 산모와 신생아에게 죽음의 사신이었다니!” 다른 의료진들은 감염에 대한 개념이 없을 때,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의사가 있었다. 헝가리 태생의 이그나즈 필리프 제멜바이스이다. “오늘부터는 염화석회액으로 손을 깨끗이 씻은 후에야 분만실과 산부인과 병동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단 한명의 예외도 없습니다.” 이 문구를 본 몇몇은 놀라고 몇몇은 분개했다(황당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대다수 의료진과 학생들은 속으로는 불합리하다고 느꼈지만 그래도 복종했다. 소리 없는 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한 때 산욕열로 인한 산모의 사망률은 18.27퍼센트라는 믿기 어려운 수치를 기록했지만, 그 이후로 드러난 통계는 기적에 가까웠다. ‘손 씻기’하나로 산욕열 사망은 0가 된다.

 

이 책의 저자 로날트 D. 게르슈터는 의학과 역사를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의학, 역사 분야 저널리스트 및 작가로 활동 중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현대 사회를 구성시킨 의학의 황금시대를 되돌아본다. 감염병, 유행병의 창궐과 감염병과 맞서 싸운 의사들, 에테르에서 클로로폼으로 이어지는 마취의 역사, 소독의 개념을 도입한 현대 의학의 선구자인 조지프 리스터, 안과학의 시조 알브레히트 폰 그레페, 라이벌 관계였던 독일의 코호와 프랑스의 파스퇴르의 연구과정, 기적의 국소마취제인 코카인, 수술용장갑의 탄생 등 의료현장에 얽힌 흥미롭고 격정적인 장면이 계속 이어진다. 사실 의학의 역사는 발명보다는 발견이 더 많다. 현미경, 혈압계는 발명에 속하지만, 빌헬름 뢴트겐의 X-ray, 결핵균, 혈액형의 구분 등은 발견에 속한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도 ‘위대한 의학의 황금기를 이끈 찬란한 발견의 역사’라고 되어있다.

 

의학의 역사를 주제로 했다고 해서 그리 딱딱하지 않다. 의학의 역사 역시 사회적, 시대적 흐름과 같이 가기 때문에 연대순으로 진행되는 역사적 상황을 들여다보는 계기도 된다. 부록으로 실린 피니어스 게이지라는 건설작업자 이야기(화약 발파 작업 중 길이 1m, 무게 5kg의 철 막대기가 부비강을 통해 안면과 눈을 뚫어버린, 의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외상 사건. 그는 사고 후 12년을 더 살았지만, 전두엽 손상으로 분노조절장애 환자가 되었고, 그는 뇌과학자들과 의사들에게 ‘뇌의 지도’를 작성하게 하는 길을 열어주었다). 미국의 제임스 가필드 대통령이 권총 피습을 당했지만, 그의 직접적인 사인은 총알보다도 의료진들이 총알을 찾는답시고, 씻지도 않은 맨 손가락으로 부상 부위를 헤집으면서 생긴 염증으로 인한 것이었다. 아울러 코끼리 인간으로 부르며 동물 취급을 받던 조지프 메릭을 당시 유명한 영국 외과 의사가 그를 쇼룸에서 구해내서 그의 남은 삶을 돌봐주었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도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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