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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삶, 국가의 의무 본문

2021

건강한 삶, 국가의 의무

Power Reviewer 2021. 7. 19. 16:00

 

 

치료받을 권리 - 팬데믹 시대, 역사학자의 병상일기

_티머시 스나이더 / 엘리

 

 

 

의료의 목적은 병든 사람들로부터 짧은 생애 동안 최대한의 이윤을 짜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긴 생애 동안 건강과 자유를 누리게 하는 데 있다.”

 

나치즘과 스탈린주의의 참상을 연구해온 역사학자 티머시 스나이더의 병상일기이자 미국의 의료시스템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담긴 책이다. 아울러 바람직한 의료 환경에 대한 조언을 담았다. 단지 미국의 사례로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현재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작동이 잘 되고 있는가를 점검해보는 시간도 된다.

 

저자는 2019년이 저물어가던 1229일 한밤중에 병원 응급실을 가게 된다. 머리가 아팠고, 손발이 욱신거렸으며, 기침이 났고, 몸을 거의 움직일 수 없었다. 자주 몸이 떨렸다. 이 증상은 패혈증의 시작을 알리는 징조였다. 같은 해 123일 저자는 독일 뮌헨에서 강연 중 맹장염 증상이 시작되었다. 독일 의사들은 그의 상태를 간과했다. 맹장이 터졌고, 간으로 염증이 퍼졌다. 미국 의사들은 일련의 이런 증상들에 대해 무심했다.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까지 가서야 겨우 병의 원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질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미국의 질병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고발하고 있다. ‘정치적 병폐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닌가 생각도 들지만, 그의 전공분야인 인종말살, 나치 홀로코스트, 소비에트 공포정치까지 거론한다. , 현재 미국의 의료제도가 건강하고 평안하게 살 수 있는 인간의 자유를 무참히 빼앗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사유는 삶과 죽음의 문제까지 접근한다.

 

분노는 나 자신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 분노가 있었기에, 충격을 받은 내 육체와 정신이 또렷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다.” 무엇이 문제인가? 무엇이 저자를 이렇게 분노하게 만들었는가? 현재 미국의 의료보장 제도는 병원 문턱을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따라서 병원에 가는 것은 최종적인 단계로 미뤄두고, 우선 약물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약물 중독자가 많이 생기고 있다. 전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약물 중독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결코 건강하지 못하다. 자살, 폭력, 총기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도 약물중독과 관련된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입원했던 종합병원엔 저자의 친구인 흑인 여의사가 있었다. 저자의 나이가 50대 초반이니까 그 의사의 나이도 그쯤 되었으리라 추정하면, 병원에서 과장급일 것이다.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진료부서가 다르고 담당의사가 아닌 이상 환자를 위해 특별히 해줄 수 있는 부분은 없다. 그러나 어쩌면 친구가 백인 의사였으면 대우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미국의 인종차별 문제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소한 의료계에선 괜찮을 줄 알았다. 저자가 책에서 언급한 부분을 그대로 옮겨본다.

 

친구(흑인 여의사)는 수련의에게 지난 며칠 사이 환자가 응급실만 두 번째 왔고 따라서 특별히 주의 깊게 살펴야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수련의는 수긍하지 못한 채 자리를 떴고, 그의 뒤로 커튼이 반쯤 열린 채였다. 그때, 나를 응급실에 들여준 간호사 두 명이 힐끗 보였고, 둘이 지나가며 하는 소리가 들렸다. “저 여자 누구야?” “자기 말로는 의사라는데?” 그들은 내 친구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 인종 차별이 그날 밤 내 명운에 상처를 냈다. 인종차별은 다른 사람들 삶의 모든 순간에도 그들의 명운에 상처를 낸다.

 

 

저자의 친구인 여의사. ‘슬기로운 의사생활하기 힘들겠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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