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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추억은 아날로그이다

Power Reviewer 2020. 11. 4. 13:40

 

추억 수리 공장

_이시이 도모히코 / 김영사

 

 

추억은 아날로그이다

 

 

목적지를 아는 길은 빠르다고 느끼는 법이지. 반대로 어디로 가는지 모를 때는 멀게 느껴지고, 특히 괴로울 때는 더욱 그렇단다. 그럴 땐 앞일을 생각하지 말고 그저 천천히 한걸음 한 걸음 내딛는 수밖에 없어.”

 

 

비슷한 이야기를 한 등산가가 했다. 올라가야 할 정상을 바라보면 , 언제 저 꼭대기에 올라가나?” 하며 걱정을 하게 되니까, 그저 발밑만 살피며 묵묵히 걸어 올라갈 뿐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지난 일은 어떤가? 지나온 길은 어떤가? 보통 추억이라고 이름붙이는 기억은 어떤가? 추억을 떠올리면 좋은 기억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좋지 않은 기억은...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다. 추억(追憶)이 아닌 추억(醜憶)이다.

 

 

고쳐 쓸 바엔 차라리 새것동네 한 폰 가게에 붙어있는 문장이다. 하긴 현실적으로 스마트폰 수리비용이 만만치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웬만하면 고쳐 쓰는 게 좋지 않겠는가? 이 책의 제목은 추억 수리공장이다. 매력적이지 않은가. 내가 그때 왜 그랬지. ~~바보같이...하면서 머리를 쥐어뜯고 발을 구르는 것 보다 추억을 고칠 수 있다면 괜찮지 않겠는가.

 

 

피피는 생각이 많은 소녀다. 착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그런가 친구가 없다. 학교 친구들은 피피를 괴롭힐 생각만 한다. 왕따를 시킨다. 피피의 유일한 낙은 (수리)공방을 운영하는 지역 최고의 장인이자 피피의 할아버지 카이저 슈미트의 공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피피의 장래 꿈은 할아버지처럼 최고의 장인이 되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몇 백 년 동안 자리 잡고 있던 도시 광장 시계탑에 들어있는 자동인형을 수리중이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피피에게 태엽장치가 달린, 프리츠라는 이름을 가진 로봇인형을 선물로 준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피피의 추억은 그곳에서 멈췄다. 피피의 기억 속엔 너무 많이 울어 딸꾹질이 멎지 않아 장례식 내내 혼자 집에 있던 일만 남아있다.

 

 

울적한 나날을 보내던 피피는 할아버지가 피피를 위해 보관해주던 공방의 비밀 열쇠를 들고 공방을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상한 곳으로 연결된다. 그곳은 이 세상에서 못 고치는 오래 된 기계들(일명 추억의 기계)을 고치는 다른 세상이다. 피피의 친구들이 피피를 괴롭히느라고 산산조각 내버린 프리츠를 고치고 싶은 마음에 선뜻 그 곳에 발을 디딘다. 그리고 얼떨결에 그곳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한다. 할아버지처럼 장인이 되는 꿈을 꾸면서....

 

 

이야기는 피피를 통해 이 세상과 저 세상을 오간다. 이 세상에선 피피가 사는 도시의 시장(市長)이 수상하고 은밀한 사내들의 유혹에 넘어가서 도시 전체를 스마트화 시키는 작업에 들어가는데....광장의 시계탑과 할아버지의 공방도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피피를 지지하는 다른 세상장인들이 힘을 합해(다행스럽게 피피의 친구들까지 가세해서)싸워나간다. 시장을 조종하는 검은 옷의 사나이들은 도시주민의 추억조차도 지워버릴 계획(마치 컴을 밀고 다시 깔 듯이)을 갖고 있다. 후반은 살짝 긴장감이 돈다. 청소년용으로 창작된 책이지만, 부모가 함께 봐도 흥미롭게 읽을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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