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萬書庫

사리가 없다면 어찌 나를 탓하시오! 본문

2020

사리가 없다면 어찌 나를 탓하시오!

Power Reviewer 2020. 9. 29. 14:02

 

 

선의 통쾌한 농담 - 선시와 함께 읽는 선화

_김영욱 / 김영사

 

 

만약 지식으로 앎을 안다고 하면/ 손으로 허공 움키는 것과 같지/ 앎은 단지 스스로 자신을 아는 것이니/ 앎이 없어져야 다시금 앎을 아네.” _청매인오(靑梅印梧)

 

 

세상에서 알기 힘든 것이 내 마음이다. 어떤 면에선 내가 나를 아는 것보다, 타인이 나를 더 잘 알 수 있다. 부모 자식 간, 형제자매들같이 너무 가까워도 잘 모를 수 있다. 종교와 학파를 불문하고 불교 만고(萬古)의 스승들은 마음으로 가르침을 전하며 자신을 너무 따르지 않기를 바랐다. 지혜로운 스승들이다. 제자들은 스스로 깨달음을 얻기 위해 애썼다. 그 중 우선은 바로 를 제대로 아는 것이다.

 

 

이 책엔 선화(禪畵)와 선시(禪詩)가 함께 실려 있다. 아울러 지은이의 해설이 뒤따른다. 지은이 김영욱은 옛그림을 보며 차담(茶談)나누기를 좋아하는 전통미술 연구자라고 소개된다.

 

선화(禪畵)하면 떠오르는 것이 달마도이다. 대충 그린 듯하면서 어찌 그리 달마의 특징들을 잘 나타내고 있는지 놀라움을 느낀다. 이 책에서도 당연히 달마도를 접한다. 책에서 만나는 달마도는 김명국(1600~1663?)의 그림이다. 1643년에 통신사 수행화원의 자격으로 일본에 방문했을 때 그린 작품으로 추정된다. 당시 일본은 선종문화가 지방에까지 널리 퍼지고 정착되면서 선승들이 직접 글과 그림을 남겼다. 이러한 연유로 일본의 문사와 호사가들 사이에선 통신사 일행에게 글씨와 그림을 얻고자 하는 풍조가 크게 성행했다고 한다. 김명국도 자신의 그림을 얻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로부터 쉴 틈이 없었다고 한다. 오죽하면 그는 울려고까지 했다는 기록이 남았다.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나는 사이다 같은 글 한편을 옮겨본다. 어느 겨울날, 당나라 대의 고승인 단하천연 화상이 낙양 향산사의 복우 화상을 만나고 오던 길에 혜림사에 머무르게 되었다. 주지가 불상이 모셔진 방으로 안내했는데, 혹독한 추위를 못 이긴 단하가 나무 불상을 태워 몸을 따뜻하게 했다. 이를 듣게 된 주지가 부리나케 뛰어와서 소리쳤다. “왜 절에 있는 불상을 태웁니까?” 이에 단하가 지팡이로 재를 뒤적이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부처를 태워서 사리를 얻으려 하오.” 너무나 당당한 대답에 주지는 어이가 없어 말했다. “어찌 나무로 만든 불상에 사리가 있겠습니까?” 그러자 단하가 되물었다. “사리가 없다면 왜 나를 탓하시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

 

'2020'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하라  (0) 2020.10.06
중국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0) 2020.09.30
웬일인지 객이 되어  (0) 2020.09.23
왜 몰려다니는가?  (0) 2020.09.22
내가 혼자가 아니라고?  (0) 2020.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