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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유형의 인간 또는 혼합형 본문

2020

두 유형의 인간 또는 혼합형

Power Reviewer 2020. 7. 21. 22:41

 

 

【 투르게네프의 햄릿과 돈키호테 】 | 교양 고전 Pick 1

_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 지식여행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과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 제1권은 17세기에 들어선 지 얼마 안 되던 해(1605년)에 동시에 출간되었다. 이 둘의 세계적인 걸작을 놓고 비교해 보면, 참 특이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선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상반되고, 그들이 삶을 바라보고 해결하는 방법에도 차이가 난다. 극과 극을 달리는 듯하다. 공통점은 그들 나름대로 설득력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레프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와 함께 러시아문학을 대표하는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는 이 책을 통해 햄릿과 돈키호테를 심층 분석한다. 이미 세계의 평론가들이나 작가들은 햄릿과 돈키호테에 대해 많은 글들을 써왔다. 그 양을 비교해보면 햄릿에 대한 글들이 돈키호테에 비해서 많은 편이다.

투르게네프는 모든 사람들이 햄릿과 돈키호테의 두 유형 가운데 어느 하나에 속해있을 것이라고 언급한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이 두 유형의 혼합형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으로 많이 치우치는가, 즉 어느 쪽 함량이 높은가가 관건일 것이다.

 

“우리들 중에는 자신의 자아를 매우 중요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아보다 더 높은 차원의 무언가를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 있다.”

돈키호테는 어떤 인물로 전형화 되는가? 투르게네프는 돈키호테가 무엇보다 신뢰,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그 무언가에 대한 믿음의 전형이라고 한다. 이는 인간 개인의 이해력을 넘어서는 어떤 진실에 대한 믿음으로, 자기희생과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숭배를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고 한다. “자신의 목숨도 이 세상에 정의와 진리를 가져다 줄 이상에 봉사할 수 있는 한에서만 가치 있는 것이라 여긴다.” 돈키호테의 생각과 행동이 무모하다 못해 황당하다 보니 여전히 우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지르고 다니는 사람들을 향해 “돈키호테 같다”는 표현을 하지만, 지은이는 그에게서 이기심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자기만의 기쁨을 누리는 데는 관심이 없다. 자기희생의 완벽한 화신이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햄릿이 상징하는 바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먼저 분석과 진단과 자기중심과 그에 따른 불신이다.” 이 점 돈키호테와 대척점을 갖는다. 햄릿은 전적으로 자기중심적이다.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인물이다. “햄릿은 회의론자이지만 항상 그 자신에 관해 혼란스러워하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어떤 심적 상황에 있든 상관없이 영원히 흔들린다.”

이 책의 해제를 쓴 디타 뮐레로바(체코 흐라데츠 크랄로베 대학교 철학과 교수)는 투르게네프의 이 글은 러시아 사회 개혁(알레산드르 2세에 의한 ‘농노해방령’)이 준비되고 있던 시기에 집필 되어 혁명 기간에 완성되었다고 한다. 이 당시 러시아인민은 물론 지식층들의 화두는 국가의 필요한 변화를 달성할 수 있는 ‘사회적 영웅’의 출현이었다. 투르게네프 역시 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염원했다고 한다. 그래서 상반된 두 인물을 등장시켜서 누구에게 초점을 맞출 것인가를 제시했다는 것이다. 투르게네프에게 햄릿은 이성과 의지가 서로 분리되어있는 이기적인 인물로 비쳐졌다. 반면 돈키호테는 햄릿과는 다른 사회적, 윤리적 범주와 도덕적 자질을 구현하는 존재감이다. “돈키호테에게 삶이란 이상에 도달하고 온 세상에 정의를 세우는 수단이 될 수 있는 경우에만 소중하기 때문에 자신의 삶조차 기꺼이 희생한다. 이 비판적인 소책자의 저자는 돈키호테의 행동의 자유, 그의 정신이 가진 도덕적 힘, 그의 성격과 본성이 지닌 성실함, 명확한 목표, 인내, 끈기와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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