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萬書庫

제가 결혼을 안하겠다는게 아니라 본문

2019

제가 결혼을 안하겠다는게 아니라

Power Reviewer 2019. 7. 13. 22:49

 

 

【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 이주윤 / 한빛비즈

 

 

 

요즘은 미혼(未婚)이라는 말보다 비혼(非婚)이라는 표현을 많이 한다. 미혼이라는 어휘가 '혼인은 원래해야 하는 것이나 아직 하지 않은 것'의 의미를 일컫는 경향이 크다고 하여 '혼인 상태가 아님'이라는 보다 주체적인 의미로 여성학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어휘이다. 미혼은 결혼을 하고 싶긴 하나 아직 마땅한 ‘그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는 이야기고, 비혼은 아예 '결혼'이라는 두 글자를 마음에서 지운 것으로 이해한다.

 

 

내 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한다. 한 무리의 직장 남녀가 퇴근 후 단골술집에 갔다. 한 직원이 술집 마담에게 물었다. “결혼을 꼭 해야 하나요?” 마담 왈 “그래도 한 번쯤 해 보는 게 좋지 않겠어요?” 그러자 말을 꺼냈던 직원이 한 남자 직원을 가리키면서 “이 친구는 결혼 3년차인데, 이혼 한데요” 그러자 마담이 웃으면서 “축하합니다!” 하고 답하자 좌중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버커리’라는 말이 있다. 요즘 젊은 친구들 사이에 통하는 비속어인줄 알았더니, 아니다. 버젓이 국어사전에 실린 말이다. ‘늙고 병들거나 고생살이로 쭈그러진 여자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나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웬 버커리? 가라는 시집은 안가고 속만 썩이는 딸(이 책의 저자)에게 어느 날 “이 버커리 같은 년아!”하는 아빠의 고함에 ‘도대체 내가 왜 버커리야, 버커리가 뭔데!’하고 억울한 마음이 들어 국어사전을 찾아봤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 저자는 그 정도는 아닌 듯하다. 이제 겨우 30대 초반인데, 버커리라니. 좀 심하긴 하다.

 

 

 

“나에게 연애란 곧 노동이다. 공들여 씻고 화장하는 일, 어지러운 서랍 속을 뒤져 위아래 짝이 맞는 속옷을 찾아내는 일. 웃기지도 않은 이야기에 억지웃음을 지어주는 일. 하루에도 수십 번씩 연락하며 안부를 묻고 시시콜콜한 일상을 보고하는 일. 사소한 문제로 죽일 듯이 싸우고 언제 그랬냐는 듯 화해하는 일. 가끔은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나의 생각을 애써설명해야만 하는 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들이 나에게는 너무나 힘겹게만 느껴진다. 그리하여 나는 연애하는 모든 이를 진심으로 존경한다. 제 한 몸 추스르기에도 바쁜데 애인까지 챙기며 살아가다니 그보다 더 부지런한 사람이 세상에 또 어디 있어? 바람피우는 사람은 진짜 박수쳐줘야 해. 한 명 만나기도 피곤해 죽겠는데 두 명을 번갈아가며 만나다니 진짜 대단하잖아!”

 

 

 

이 책의 저자 이주윤은 글을 쓰고 그림도 그린다. 책에는 저자가 그린 카툰 같은 흥미로운 그림이 곁들여있다. 3년 전엔 『오빠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한빛비즈)이라는 절묘한 책도 썼다(스테디셀러라고 한다). 저자의 글들은 너무 솔직해서 탈이다. 저자의 주변 인물들이 민낯으로 등장한다. 그동안 만났던 남자들, 선을 봤던 사람들(이름은 안 나오지만), 부모님과 가족 이야기, 연애와 결혼에 얽힌 본인의 이야기와 주변 인물들 이야기가 웃프게 펼쳐진다. 어쨌든 재미있다. 톡톡 튀는 어휘와 문장들이 이 땅의 비혼남녀들의 박수를 받을 만하다. 미혼이든, 비혼이든 웬수덩어리를 집 안팎에 둔 부모님들이나 가족들이 읽으면 그들(미혼, 비혼)을 좀 더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저자는 결혼도 하기 전에 때로 이혼을 꿈꾸기도 한다. “나는 이혼할 거야. 선봐서 결혼하면 이혼할 거야. 아니, 정확히 말하자. 이혼 당할 거야. 애 낳을 생각, 밥 지을 생각, 시어머니 모실 생각 전혀 없어. 근데 엄마 아빠는 자꾸만 선보라고 해. 만리포에서 레저 사업하는 남자랑 선보라고 해. ‘만리포? 레포츠? 양아치네!’ 한마디 했다가 엄마한테 뒤지게 혼났어,”

 

 

'2019'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신앙고백  (0) 2019.07.24
북한을 새롭게 알면 통일이 보인다  (0) 2019.07.18
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  (0) 2019.07.04
[ 예수를 입는 시간 ]  (0) 2019.06.28
무엇이 성숙인가  (0) 2019.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