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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책 이야기] 바람을 가르다

Power Reviewer 2017. 12. 14. 23:02

 

 

 

 

바람을 가르다 - 6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l 샘터어린이문고 51

_김혜온 (지은이) | 신슬기 (그림) | 샘터사 | 2017-10-10

 

 

찬우가 짝꿍 용재에게 물었다. “, 달릴 때 기, 기분이 어때?” “기분? 그냥 달리는 거지. 일등으로 달리면 기분이 좋긴 해.” 좀 덜렁대긴 하나 성격이 활달하고 적극적인 용재는 어린이날 기념 초등학교 소 체육대회 달리기부문에서 역전의 용사가 되었다. 질줄 알았던 달리기시합에서 용재가 열심히 달린 덕분에 우승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멋지게 달리는 용재가 찬우는 마냥 부럽기만 하다. 찬우는 달릴 수가 없다. 뇌병변장애로 몸이 말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 바람이 조, 좀 다르지 아, 않아?” “다르긴 뭐가 달라?” “조옴 다, 다른 것 같던데..., 바람을 가, 가르는 것 같아?” “바람을 가른다고?” “, 나도 다, 달릴 때 기, 기분 알고 싶다.” “그러고 보니..., 달려본 적이 없겠구나!” 용재는 찬우가 달릴 때 기분이 바람을 가르는 것같았냐고 묻는 말에 어떻게 하면 찬우에게 그 기분을 전해줄까 잠시 고민을 한다. 찬우를 업고 달려볼까? 그러나 막상 시도를 해봤더니 두어 걸음도 못가 비틀거렸다. 생각보다 찬우가 무겁다. 그 다음에 생각난 것이 자전거였다. 겨우 힘들게 찬우를 자전거에 묶고 달리다가 넘어지기도 했다. 두 번째 자전거 타기에서 좀 무리했다. 내리막길을 달려 내려오다 크게 다쳤다. 찬우보다 용재가 많이 다쳤다. 이 사건 이후 찬우와 용재는 더욱 가까워졌다. 찬우는 더욱 단단해졌다. 과잉보호에 적응되어있던 찬우는 홀로서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해보자는 마음이 일어난다.

 

 

우리 주변엔 장애인보다 비장애인의 숫자가 훨씬 많다. 그러다보니 모든 이용시설이 비장애인의 편리성을 염두에 두고 계획되고 설치된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못하기도 하다. 곱기는커녕 힘들게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20179월 수십 명의 중년여성들이 맨바닥에 무릎 꿇고 고개를 숙인 사진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그곳은 서울시 교육청 주최로 열린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주민토론회자리였다. 무릎 꿇은 여성들은 장애아들의 부모였다. “저희가 강서구 주민 분들께 무릎 꿇고 학교 짓게 해달라고 사정하겠습니다.” 무작정 장애부모들의 편을 드는 것은 아니다. 강서구 주민들이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짐작이 가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 사회의 기형적 발전과 잘못된 인식, 가치관 탓이다.

 

 

6회 정채봉 문학상을 수상한 김혜온 작가의 바람을 가르다3편의 글이 실려 있다. 바람을 가르다외에 천둥 번개는 그쳐요?』 『해가 서쪽에서 뜬 날이 함께 한다. 현재 서울 소재 초등학교 특수학급 교사답게 각 글마다 장애를 가진 아이가 등장한다. 천둥 번개는 그쳐요?에선 자폐증 오빠의 보호자가 되어버린 여동생 해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해미는 오빠 때문에 받는 마음의 상처가 깊다. 오빠가 잘 못되면 그 책임이 모두 자신에게 쏠리는 것 같아 힘들다. 오빠가 잠시 실종 되고 난 후 찾는 과정, 찾고 나서 해미는 엄마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눈다. 모녀는 같이 울다가, 함께 하늘을 바라본다. 어느새 비가 눈이 되어 흩날리고 있었다. 가느다란 눈발이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해가 서쪽에서 뜬 날에는 울보공주 유빈이가 주인공이다. 유빈이는 자페증을 앓고 있다. 선생님이 무섭다. 유빈이는 특히 큰 소리와 인상 쓰는 것에 약하다. 담임 마선생님은 둘 다 갖췄다. 그래서 더 무섭다. 교실에 들어오기 전부터 울먹이다가 선생님을 바라보는 순간 울음이 터진다. 마선생은 유빈에게 윽박지르듯이 울음을 멈추라고 한다. 그럴수록 유빈의 울음은 더 커져만 간다. 오히려 반 아이들이 살살 달래면 유빈의 울음이 멈춘다. 울보공주 유빈과 사천왕상같은 마선생이 변화되어가는 과정이 따뜻하게 그려져 있다.

 

 

아이와 함께 보기에 좋은 책이다. 내 아이 주변의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대하는 마음을 정리 정돈시켜 줄 것이다. 사실 어린아이보다 어른아이가 더 걱정된다. 마음이 강퍅한 어른아이가 이 책을 보면 좋을 텐데, 다른 건 몰라도 책은 억지로 읽게 할 수 없으니 그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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