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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노마드의 삶

Power Reviewer 2016. 8. 16. 17:25

 

 

 

정보원 (, )          홍상화 / 한국문학사

 

 

1.

“19504월 말경의 어느 날, 밤이 꽤 깊었는데도 화신백화점 뒤켠에 있는 종로경찰서에서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소설의 도입부분을 통해 시대적 배경을 알게 된다.

 

 

2.

정사용. 이 소설 주인공의 이름이다. 그의 아버지 표현대로 쇠똥도 안 버껴진나이에 왼쪽으로 치우쳤다. 남과 북. 좌와 우. 어쩌면 이 땅의 영원한 숙제가 될지 모른다. 그 당시 오른쪽은 무능 그 자체였다. 친일파들이 애국자로 세탁되는 시기였다. 정사용은 고교시절부터 혁명가 흉내를 냈다. 투사가 되리라 다짐했다.

 

3.

왼쪽으로 치우친 탓에 경찰서를 들락거리던 소년은 때 이른 청년의 문턱에 들어선다, 6. 25전쟁 탓이다. 북측 의용군으로 입대한다. “수송 국민 학교 운동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학교 건물 벽 옆으로 군데군데 모여 있었다. 돋보기를 쓴 흰머리의 장년층이 눈에 띄기도 했고, 중학교 3,4학년밖에 안 되어 보이는 어린 소년들도 있었다. 정사용은 자신이 배속된 분대를 찾아 자리를 잡았다.”

 

 

4.

전장에서 또래 청년 두 사람과 친하게 지내게 된다. “그들과의 대화에서 정사용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도 자신과 같이 공산주의에 대한 환상을 버렸다는 것이었다. 3개월의 공산치하 경험과 한 달도 안 된 참혹한 전쟁경험이 그간 지녀온 공산주의에 대한 젊은 이상을 압도한 셈이었다.”

 

 

5.

남조선 출신 의용군들은 돌아갈 고향이 없었다. 그나마 서로 의지하며 지냈던 청년 둘은 전쟁터의 이슬로 사라졌다. 휴전 후 북한에 간 김사용은 우여곡절 끝에 평양대극장 건축 현장에 투입된다. 남한 출신 의용군에겐 이례적인 배치였다. 정사용은 이곳에서 생활하던 중, 연극배우 최영실과 운명적인 만남이 이뤄진다. 그리고 유명한 여배우와 일개 하급 노동자의 결혼은 사회주의 국가의 좋은 선전 효과가 된다. “딸아이 지숙을 둔 그들의 10년 결혼생활은 어느 누구의 결혼생활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차 있었다. 비록 자유스럽거나 풍요롭지는 않았어도 만약 지상에 천국이 있다면 그들의 10년이 바로 천국이라 할 수 있었다.”

 

 

6.

10년의 마지막 해, 정사용은 남파 간첩으로 훈련받기 위해 당의 호출을 받았다. 그 당신 남한 국회의 실력자로 있는 그의 숙부 정희성과 남한 경제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촌 큰형 정사철이 포섭 대상이었다.

 

 

7.

10여년 만에 남한에 온 정사용은 숙부와 사촌형을 포섭하긴 커녕 자수 아닌 자수로 남한에 눌러앉게 된다. 정사용의 시선과 마음이 북으로 향하고 있다는 남한 정보부 감시의 시선을 돌릴 겸, 새로 결혼을 한다. 그리고 그 일로 정사용은 가슴에 큰 돌을 얹고 살게 된다. “저주스러운 눈으로 한참 동안 깨어진 거울을 뚫어지게 보던 정사용은 마음속으로 복수를 결심했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가족을 잊었던 잘못에 대한 정당한 대가로 자신에게 세상에서 가장 참혹한 고통을 주겠다고, 속으로 울부짖었다.”

 

 

8.

후반부는 정사용의 존재감은 다른 사람을 통해 나타난다. 정사용이 자수했을 때 심문을 담당했던 중앙정보부 정보원 김경철. 그는 갑자기 사라진 정사용의 흔적을 밟는다. 그리고 몇 가지 놀라운 일들이 드러난다. 그가 남긴 거액의 돈도 있다. 그러나 정사용은 없다. 김경철은 정사용에게 더 가까이 하기 위해, 정사용화 되어간다. 김경철의 존재감은 희미해지고, 정사용의 존재감이 다시 살아난다.

 

9.

이 소설의 원제는 피와 불이었다. 이 작품이 영화로 각색되어 아시아. 태평양 영화제최우수각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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