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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침묵의 언어

Power Reviewer 2016. 3. 3. 18:21

 

 

 

 

 

 

이야기 2016-034

 

침묵의 기술      조제프 앙투안 투생 디누아르 / 아르테(북이십일)

 

 

침묵의 언어

    

말을 하는 것과 말을 참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어려울까? 나의 경험으론 말을 참는 것이 더더욱 어렵다. 살아가면서 적절한 때에 적절한 말만 하고 살아가는 것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특히 오늘날 종교나 정치에 관해 되는 대로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세태가 몹쓸 열병처럼 번지고 있다. 마치 말을 않고 가만히 있으면 바보 취급을 받는 것이 싫어서 기를 쓰고 입과 글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사람들은 보통 말이 아주 적은 사람을 별 재주가 없는 사람으로, 말이 너무 많은 사람을 산만하거나 정신 나간 사람으로 생각하기 쉽다. 따라서 말을 많이 하고픈 욕구에 휘둘려 정신 나간 사람으로 취급받느니, 침묵 속에 머물러 별 재주 없는 사람으로 보이는 편이 낫다."  가만히 있으면 절반은 간다는 속담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가만히 있지 못하다보니 절반도 못 간다. 말과 침묵 사이에 균형감을 가질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무엇인가.

 

 

 

 

 

이 책의 지은이 조제프 앙투안 투생 디누아르는 수도원이 아닌 세속에 적을 둔 소위 세속사제로 활동했다. 빼어난 설교가였을 뿐 아니라 문필가로서, 또 논객으로서 당대 사회 현실에 적극 참여했다. 분명 다른 사람에 비해 말을 많이 하고, 글도 많이 썼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묵의 기술을 이야기한다. 침묵의 기술은 예수회의 전형적인 수사적 이론과 실제를 요약, 정리한 문헌이다. 이 책은 1696년에 출간된 작자 미상의 책 말하기와 침묵하기를 위한 안내서-특히 종교문제에 관하여의 논지를 텍스트로 했다.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되어있다. 말과 침묵」 「글과 침묵이다. 특히 젊은이들과 나이든 사람들에 대해 조언을 해준다. ‘말을 해야 할 때가 따로 있듯이 입을 다물어야 할 때가 따로 있다.’ 말이 너무 많아서 잘못을 범하는 젊은이들이 주목해야 할 원칙이다. 자연이 그대에게 귀는 두 개를 주면서 혀는 딱 하나만 주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이는 그대에게 입을 닫아야 함을 가르치기 위해서이며, 혀를 사용해 말을 하는 것보다 두 배는 더 많이 귀를 사용하라는 뜻이니라.”

 

 

 

나이든 사람들은 어떤가? ‘혀를 다스릴 줄 모르는 부끄러움을 알라고 조언한다. “세상을 살다보면 아직도 자신의 혀를 다스릴 줄 모르는 예순 살, 여든 살 먹은 아이와 마주치기도 한다. 그들은 나이든 사람들이라서인지 젊은이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고를 친다. 그래서 더 큰 물의를 빚게 되는지도 모른다.” 어린아이가 아닌 어른아이다. 어른도 잘 커야 하는데, 이미 다 컸기 때문에 성장의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나이든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너무 많은 말을 해서 듣는 이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부터 피해야 한다.” 내가 젊었을 때는 말이야. 내가 왕년에..하고 입을 열면 듣는 이들은 귀를 닫을 수밖에 없다. 어서 그 자리를 피하고 싶은 생각만 하게 된다. 늙어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저지르는 잘못 중에 말하기를 지나치게 밝히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성 야고보는 인간은 듣기는 민첩하되 말하기는 더뎌야 한다.”고 했다. 조심성 있는 침묵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물론 침묵도 침묵 나름이다. 그저 무조건 입 다물고 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침묵이 필요하다고 해서 진솔함을 포기하라는 뜻은 아니다. 어떤 생각들을 표출하지 않을지언정 그 무엇도 가장해서는 안 된다. 마음을 닫아 걸지 않고도 입을 닫는 방법은 많다. 신중하되 답답하거나 의뭉스럽지 않은 방법, 진실을 드러내지 않을 뿐 거짓으로 포장하는 것이 아닌 방법을 배워야 한다.

 

 

 

이 땅에는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는 안내서는 차고도 넘친다. 그러나 침묵의 기술을 안내해주는 책은 귀하다. 침묵도 언어다. 침묵의 언어를 배워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말과 글을 통해 나도 다치고, 남에게도 깊은 상처를 주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단지 이 책이 종교와 정치에 국한된 점이 아쉬운 감이 있지만, 그 어떤 경우보다 종교와 정치에 대한 편협한 생각들이 난무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이 시점에 침묵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도 꼭 필요하다. 이 책이 침묵의 한 생각을 입과 손에 담아주는데 좋은 길잡이가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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