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萬書庫

『동양과 서양, 그 생각의 차이』 본문

2016

『동양과 서양, 그 생각의 차이』

Power Reviewer 2016. 2. 12. 19:41

 

 

 

 

 

책 이야기 2016-023

 

【 생각의 지도 】      리처드 니스벳 / 김영사


 

『동양과 서양, 그 생각의 차이』


 

어렸을 적 본 책에, 동서양인의 차이점에 대한 몇 가지 사례가 생각난다. 동양인은 집안에 있던 사람이 창문밖에 손을 내밀어 비가 오나? 상태를 체크할 때,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지만, 서양인은 손등을 내민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 동양인의 경천(敬天)사상까지 비약을 한 것은 좀 오버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린 마음에.. 그리고 연필이나 과일을 깎을 때, 동양인은 칼을 움직이며 깎고, 서양인은 연필이나 과일 등 물체를 움직이며 깎는다고 읽었다.


 

 

인류의 소통이 더욱 빈번하고 밀접해지면서 ‘Culture Shock'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다. 때로 ’문화충격‘은 그저 에피소드로만 남을 수 있지만, 동서양인의 유전자속에 각인된 기본적인 마인드는 그 역사가 매우 길다. 그 길이만큼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도 있다. 미국의 저명한 사회심리학자인 리처드 니스벳은 이 책을 쓰기 여러 해 전, 대학원생인 중국인 제자와의 대화에서 그 모티브를 얻은 듯하다. 교수와 제자가 함께 연구를 진행하던 중 중국인 학생이 이렇게 말했다. “교수님, 교수님과 저의 차이점이라면, 저는 세상을 원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교수님은 세상을 직선으로 생각하신다는 점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서로 다른 문화의 사람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특정한 사고의 습관을 가지도록 끊임없이 구체화되고, 사회화된다. 결국 그 각기 다른 사고 습관은 대대손손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 숙제를 풀기 위해 동양과 서양의 사고방식에 대한 철학자, 인류학자, 역사학자들의 저술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이 문제에 대한 저자의 연구 목표는 세 가지로 축약된다. 동양과 서양의 생각 차이는 어디에서 기원한 것인가? 이러한 차이들은 일상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또 이것은 두 문화사이의 국제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 등이다.

 

 

 

동서양의 생각 차이를 정리한 저자의 스터디는 깊고 넓다. 그러나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쉬운 문장으로 쓰였다. 아마도 이 책의 번역자인 최인철 교수가 미국에 유학 중 저자와 함께 연구를 진행한 것이 번역에도 큰 도움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저자는 동양과 서양 사이의 매우 상이한 사고 체계가 수천 년 동안 이어져왔다는 것을 주목한다. 그리고 지금도 그 차이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역사적, 철학적 증거들은 물론 민속지학, 조사연구, 실험실 연구들과 같은 현대 사회과학의 연구 결과들을 총 동원했다.

 

 

 

1장에선 공자와 아리스토텔레스를 동서양 사고의 전형적인 예로 든다. 고대 중국과 고대 그리스의 차이에 대해 기술했다. 2장에선 사회적 행위, 특히 자기 개념에서 두 문화가 어떻게 다른지 소개한다. 이 책의 핵심은 3장부터 6장까지다. 이 부분에선 실험 연구를 통해 얻은 결과들에 근거하여 현대의 동양인과 서양인이 지각하고, 사고하고, 추론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차이들을 이야기해준다. 7장은 그러한 문화적 차이의 기원이 무엇인지에 대해, 8장에선 동양과 서양의 사고방식의 차이가 심리학, 철학, 그리고 일상생활의 분야에 어떤 시사점을 주고 있는지를 다룬다. 에필로그에선 동서양의 사고방식의 차이가 앞으로 더 커질 것인지, 아니면 한쪽으로 통합될 것인지, 아니면 중간으로 수렴 될 것인지에 대해서 독자로 하여금 함께 생각해보도록 권유하고 있다.

 

 

 

 

“동양과 서양의 자기 개념의 차이는 자신을 얼마나 독특한 존재로 보는가 하는 문제에서도 발견된다.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자신의 독특성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동양인들은 그러한 착각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 사회심리학자인 김희정과 헤이즐 마커스는 사람들에게 여러 대상의 그림을 보여주고 그중 한 사물을 선택하게 하는 연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미국인들은 가장 희귀한 것을 고르고 한국인들은 가장 보편적인 것을 골랐다고 한다. 같은 연구에서 볼펜들을 선물로 주면서 고르게 했더니 미국인들은 가장 희귀한 색의 볼펜을 고르고 한국인들은 가장 흔한 색의 볼펜을 골랐다. 미국인들은 항상 남의 눈에 띄고 싶어 하나 한국인들은 늘 남들 정도만 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요즘은 ‘국제화’라는 의미보다, ‘세계화’라는 표현을 많이 한다. 그 이유는 인간 또는 국가를 넘어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 전체, 범국가적인 환경, 지구 전체가 매우 중요한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지구라는 별에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 서로의 마인드가 완전 합일체는 되지 못할지라도, 그 극간은 좁혀지길 바라는 마음도 담겨있다. 그러기 위해선 동서양 두 문화의 속성을 이해해야한다. 다문화 가정은 물론 글로벌 기업의 확산 등으로 동서양을 떠나 서로 건강한 관계를 더욱 요구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마음이 앞설 때, ‘문화적 충격’은 ‘융합’으로 변할 것이다.

 

'2016'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샘터, 2016년 2월호  (0) 2016.02.19
정답이 없어도 답은 나온다  (11) 2016.02.16
어쩌다 펭귄하고...  (0) 2016.02.06
사랑, 그 저편 [비욘드 로맨스]  (0) 2016.02.04
살아남아야 하느니라  (0) 2016.02.03